[경제 재활 이렇게 한다] 4. 청소용역업체 운영 안영만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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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경남 양산시에서 청소 용역업체를 운영하는 안영만(安永晩.40)씨는 건설회사를 다니다가 실직한 후 해외근무를 하면서 사업 힌트를 얻었다.

지난해 싱가포르 건설 현장에서 일 하면서 '한국에 돌아가 이런 사업을 하면 괜찮겠다' 고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오늘날 창업으로 이어졌다.

휴일이면 틈틈이 현지인들과 사귀고 가정을 방문해 얘기를 많이 주고받은 게 사업구상의 밑거름이 됐다.

◇ 청소업도 온라인화〓 "겨울철 비수기인 데도 장사가 잘 돼 예감이 좋습니다."

양산시 신기 주공아파트 집 옆에 15평짜리 아파트를 빌려 지난해 11월 초 하우스크리닝닥터라는 청소업체를 차렸다. 두달 동안 매출액이 1천1백만원에 달했고 수익도 월 평균 3백만원에 가깝다.

다마스 승합차.청소장비와 두어달치 광고판촉비 등을 합쳐 1천3백만원으로 창업했다.

싱가포르에서 저축한 1천5백만원이 종자돈이다. 신용보증기금의 생계형 창업보증을 받아 중소기업은행에서 2천5백만원을 저리(연 7.5%)로 융자받았다. 장사가 이 정도만 되면 만기(3년)안에 원금까지 갚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는 "청소업은 자본이 적게 들어 자존심 좀 버리고 성공의지와 체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처럼 그는 식당.노래방.가정집을 가리지 않고 뛰어 다닌다. 술집 등 야간업소를 맡으면 새벽 두세시부터 일을 한다.

오전 열시까지 일하는 강행군도 한주에 한두번 한다. 아르바이트를 쓸 수도 없어 安씨가 사장 겸 청소원이다.

'외국 물' 을 먹은 탓인지 '나홀로 창업' 치고는 경영방식이 세련된 편이다.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줄 안다.

창업 직후 거금 65만원을 들여 홈페이지(www.cleaningdoctor.co.kr)부터 갖췄다. 싱가포르의 일반 가정집들이 PC와 사무기기를 갖추고 인터넷으로 영업을 하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 문의가 10여건 들어와 절반은 계약으로 이어졌다.

동종 업체를 찾아다니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도 도움이 됐다. 청소 주문의 30% 가량은 주변 업체들이 연결해 준 것이다.

◇ 기댈 곳 찾아야〓네 식구의 가장인 安씨는 1998년 9월 K건설을 끝으로 10여년 동안 몸담았던 건설업계를 떠나면서 실업자 신세가 됐다.

건국대(행정학과)중퇴 후 15년 넘게 현장 안전관리 업무를 한 경험을 살리려고 안전시설 대행업체를 세워볼까 했지만 일감이나 사업 경험이 부족해 실패했다. 서울 등지의 건설회사 일자리를 열 곳 가까이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1999년 4월 우연히 찾아간 한국산업인력공단 부산지부가 삶의 전기가 됐다. 이곳의 알선으로 그해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싱가포르 지하철 현장에서 월급 2백50만원의 터널굴착(TBM)기술자로 근무할 수 있었다.

安씨는 "소호(SOHO.소자본 재택창업), 부부 창업이나 인터넷 마케팅이 활발한 것을 보고 '나도 내 사업을 할 수 있겠다' 는 용기를 얻었다" 고 말했다.

귀국 후 경남 김해 소상상공인센터에서 창업 상담을 받았고, 사업계획서를 꾸며 은행융자를 받았다.

대출심사를 한 중소기업은행 양산지점의 송석주 과장은 "양산 일대엔 병원.호텔 같은 대형 건물 말고 가정집이나 소형 점포를 청소해 주는 업종이 드물다" 며 "安씨가 틈새를 잘 찾은 것 같다" 고 말했다.

문의는 055-388-6093.

홍승일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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