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인터넷 콘텐츠 유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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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여느 때와 같이 출근하자마자 e-메일을 열어본다.하나를 선택하자 "이 전자우편은 '수신자 부담 보안 메일' 이 설정돼 있습니다.지금 결제하시겠습니까" 라는 메시지가 나온다.나는 손쉽게 휴대폰으로 2백원을 결제한 후 중요한 메일을 확인했다.

1~2년 후면 e-메일 이용자들이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될 모습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e-메일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 지정된 수신자만 e-메일을 열어 볼 수 있는 '보안메일' 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닷컴 기업들은 많은 돈을 투자했다.하지만 어느 기업도 e-메일로 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편지 한 통을 보내는데 1백70원의 우표값을 기꺼이 지불한다. 게다가 좀더 중요한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 빠른 우편이나 등기를 사용할때는 우표값의 2~6배의 우편 비용도 부담한다.

보안메일의 기능은 우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수신자를 정확하게 지정할 수 있고, 받은 사람이 몇시 몇분 몇초에 편지를 읽었는지도 알려준다. 이 얼마나 놀라운 발전인가.

하지만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이용할 때 돈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올해 벤처업계의 화두는 과금이다. 올해 역시 닷컴 기업들에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자금문제뿐이 아니라 수년 동안 진화해온 '인터넷 산업' 이 이제는 시장에서 상품으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품평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품평회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역시 '수익성' 이다. 여전히 인터넷 상품의 소비자들은 '꽁짜' 를 선호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업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유료화를 준비하고 있다. 과연 성공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소비자보다 기업이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고객들이 과연 따라줄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넷은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5년 전 월스트리트 저널이 유료 회원제를 하기 위해 유료화에 대해 시장조사를 한 결과나 최근 조사결과는 대동소이하다.

소비자의 입장은 "쓸만한 값어치의 정보나 서비스에는 기꺼이 돈을 낼 수 있다" 는 것이다. 값어치 있는 상품의 지불여부에 대해 고객들은 모두 "예스" 라고 답하고 있다. 찬성과 반대가 몇 퍼센트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지불한 만큼의 대가를 얻고 싶어하는 것일 뿐이다. 닷컴 기업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유료화는 단순히 소비자의 눈치를 볼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유료화는 가능하다. 문제는 고객들이 기꺼이 지갑에서 돈을 꺼낼 수 있는 상품의 개발이다.

김경익 레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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