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 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호승(52) '수선화에게'
운동장 가 벚나무 끝에 새가 한 마리 앉아 있다. 지지 않은 나뭇잎인가 했는데, 책을 보다 궁금해서 다시 보니 움직인다.
새다. 새가 나뭇잎처럼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외로움의 끝, 그 절정에서 잠깐 움직인 것이다.
산그늘이 강을 건넌다. 외롭다. 나도 집에 가야겠다.
김용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