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공 전 교육감 형 확정 무렵 측근이 상납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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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하이힐 폭행’으로 불거진 장학사 시험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으로까지 향하고 있다. 수사의 방향도 서울시 교육청의 뇌물 상납비리 사건으로 바뀌고 있다. 공 전 교육감의 측근 인사로 알려진 서울 강남지역 고교 교장 두 명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21일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공 전 교육감의 재임기간(2008년 8월~2009년 10월)에 시 교육청 요직을 지내며 뇌물을 주고받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교육정책국에서 함께 일했다. 교육정책국은 초·중등 교원의 인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지난 20일 검찰에 구속된 김모(60)씨는 지난해 9월 교육정책국장이 됐으며, 공 전 교육감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교육정책국장으로 발령받은 직후인 지난해 9월 장모(59·구속)씨에게서 돈을 받았다. 장씨는 C고 교장으로 발령받기 직전까지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 중등인사 담당 장학관이었다.

검찰은 김씨가 돈을 요구한 과정에 공 전 교육감이 관련돼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당시 공 전 교육감은 부인이 차명으로 관리하던 4억여원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당선 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이 확정됐다.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이 ‘당선 무효가 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 자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걱정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선거에서 전체 투표의 15% 이상 득표한 후보자에게 선거 자금을 보전해 준다’는 규정에 따라 2008년 선거 직후 선관위로부터 28억80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보전금 규모로 보면 대통령 선거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 전 교육감과 측근 인사들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인사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공 전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지원받은 선거자금 반환을 거부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김씨가 차명으로 보관하고 있던 14억원의 실체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시 김씨는 “아파트 매입 자금으로 쓰려고 빌린 돈이다. 빚도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인지 몰라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김씨가 공 전 교육감의 비자금을 관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본지는 공 전 교육감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의 전 비서는 “공 전 교육감이 이사를 가면서 자택과 휴대전화 번호가 모두 바뀌어 우리도 연락을 취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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