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차기총리 유력 탁신…국내외 평가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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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억만장자 사업가가 정부를 맡으면 경제를 살려낼 수 있을까, 아니면 상품을 팔 때처럼 국민들의 입맛만 좇아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고갈까.

이같은 문제의 답을 시사할 흥미로운 실험이 태국에서 시작됐다.

지난 6일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태국 최대 통신재벌인 탁신 시나와트라(51.사진)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탁신은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경찰 생활을 하다 컴퓨터 판매업에 뛰어들어 현재는 이동통신사 등 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부다.

그가 2년 전 만든 신생 정당 타이락타이당(TRT)은 이번 선거에서 60여년의 태국 의회 역사상 최초로 과반수를 확보했다.

따라서 탁신은 이변이 없는 한 총리직을 맡게된다.

현지 언론은 청렴하지만 강력한 지도력을 갖추지 못한 추안 리크파이 현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경제회복에 대한 열망이 선거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탁신의 사업수완에 대한 태국 국민들의 기대가 큰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탁신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진 그가 시장원칙에 입각한 경제개혁을 하기보다는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치를 펼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은 것이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13일자)에서 탁신이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농가부채상환 3년 유예▶농어촌 지원용으로 7만개 마을에 1만바트(약 3천만원)씩 무상지원 등을 이행하면 태국의 재정은 파탄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최근 "파산 기준 완화 등 인기정책에만 집착할 것이 예상돼 해외 투자자들이 태국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탁신이 엄청난 인기는 누렸지만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특히 탁신의 등장으로 태국의 정치개혁은 물건너 간 것으로 여기고 있다. 탁신 스스로가 1997년 부총리 재직 때 소유 주식의 상당 부분을 차명으로 위장해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혐의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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