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관 "교사들 연금 믿고 연구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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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돈희(李敦熙)교육부장관이 최근 열린 교육정책 관련 워크숍에서 "무능력한 교사는 떠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며 현직 교사의 질, 임용 제도를 비판했다.

11일 전교조 등에 따르면 李장관은 지난 4일 교육부가 주최한 '2001 교육 정책 워크숍' 에 참석해 "학교가 학원과 경쟁해 이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학원 교사들은 연구.교수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데 비해 학교 교사는 연구하지 않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李장관은 이어 "교사들은 정년을 보장받는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연구.교수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범대나 교대가 훌륭한 교사를 길러내 봤자 정작 학교에 가서는 좋은 교사로 활동하지 못하며, 또 형편 없는 교사를 길러낸다 해도 학교에서 별 문제가 없는 교사로 인정받는다" 고 지적했다.

"현행 임용고시는 사범대.교대가 자기 마음대로 '교사 마크' 를 찍어 내보낸 학생들을 대상으로 '겉보기식 품질검사' 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 고 덧붙였다.

교원단체는 李장관의 발언에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정책 비전과 교육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해야 할 자리에서 교육부 장관이 교직 사회와 교원단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성토의 장을 주도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으며 장관의 교육 철학과 인식이 우려스럽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계 외곽 등에서는 "장관이 교직 사회와 일선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한 것" 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李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현 실태를 제대로 지적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鄭鎭坤)교수는 "연구와 수업에 열심인 교사나 그렇지 않은 교사나 같은 대우와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지금 일선 학교의 현실" 이라며 "교사 양성.평가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측면에서 李장관의 발언은 적절한 것" 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워크숍의 주제가 '교직의 개방성.탄력성 제고방안' 이었으며, 당시 발언은 학부모 등 국민이 교육계에 대해 인식 또는 비판하고 있는 것들을 지적한 것" 이라고 해명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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