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조기과외'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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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K초등학교 6년생 李모(12.역삼동)군은 겨울방학과 함께 체육과외를 시작했다.

국.영.수 학원에 다니는 평일을 피해 매주 일요일 부근 Z체육관에서 턱걸이와 뜀틀 등을 지도받는다.

어머니 朴모(41)씨는 "운동을 못해 중.고에 진학하면 내신에 지장을 받을까봐" 라고 말했다.

이웃 초등생의 어머니로부터 "몸이 둔한 아들이 5주 과외를 한 뒤 학교 체육실기시험에서 배구공 토스를 50개나 해 A를 받더라" 는 말을 듣고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체육대생 11명이 강사인 이 학원엔 초등학생만 2백50여명이다. 수강료는 월 6만원이지만 주 10만원의 개인레슨도 인기다.

S초등 5학년 劉모(11.대치동)군. 웹디자인 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한달전 청담동 한 전문학원의 1년 코스에 등록했다. 월 25만원이 든다.

"앞으로 대학에 가려면 자격증이 중요하다" 는 담임교사의 말을 듣고 부모가 보냈다. 이 학원 강사 L씨는 "수강생 2천명이 모두 성인이지만 최근 초등생 10여명이 들어왔다" 며 "과거엔 없던 현상" 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각종 특기과외가 극성이다. 대학 입시에 특기자 선발 등 다양한 전형 형태가 도입되면서 부쩍 늘었다. "여유있을 때 이것저것 소질을 키워놓자" 는 부모의 생각도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 과외 중개 사이트인 J사 관계자는 "최근 무선 비행기 조종대회에 입상해 대학에 간 학생이 있다는 소문이 돌자 과외를 주선해줄 수 없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며 "다양해진 요구만큼 새로운 종목의 과외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과학고에 진학이 결정된 李모(충남 S중3)군은 지난달 중순부터 '과학실험 과외' 를 받기 위해 서울 친척집에 머물고 있다. 외국 박사학위를 가진 강사에게 한달 동안 1대1 속성과외를 받을 예정이다.

李군 어머니는 "경시대회 입상을 위해 몇달 전 수백만원짜리 과정을 예약했지만 자리가 나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대 김안중(金安重.교육학)교수는 "교육이 생존경쟁으로만 인식되는 현실 탓" 이라며 "학벌이 모든 걸 결정짓는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교육을 개혁해 봐야 이렇게 변질되고 말 것" 이라고 말했다.

조민근.홍주연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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