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매수 주문 내 투자자 현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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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사이버 계좌를 통해 주식거래를 하는 회사원 金모(34)씨는 지난해 11월 K사 주식에 3백만주의 매수 물량이 몰리는 것을 보고 서둘러 사자 주문을 냈다.

그러나 주식을 산 뒤 10여분 만에 3백만주의 매수 물량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보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金씨는 결국 거짓매수 주문에 현혹돼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주식을 되팔고 말았다.

대량의 사자 주문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의 매수를 유도한 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내다 팔고 매수주문을 취소하는 허수성 호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거래소는 11일 허수 호가를 무분별하게 받아 제출한 혐의로 리젠트증권에 대해 경고하고 대신.부국증권에 대해서는 주의명령을 내렸다. 또 허수 호가를 알면서도 묵인한 관련사 투자상담사 등 직원 8명에 대해서 징계조치를 요구했다.

증권거래소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특별감리를 실시한 결과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가격에 대량의 거짓 0?주문을 내는 사례는 많을 경우 월 2천6백67건이나 됐고 주문량도 10여만주에서 9백만주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거액 투자자의 경우 한 종목을 하루에 1백44회까지 주문한 경우도 있었다.

허수 호가 대상종목은 한빛은행.조흥은행.광주은행.현대건설.현대전자.한국타이어 등 액면가를 밑돌면서 거래량이 많은 40여개 종목에 집중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허수 호가의 90% 이상이 동시호가가 아닌 장중에 이뤄졌으며 주문을 낸 뒤 30분 이내에 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며 "일부 거액 투자자들과 투자상담사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데이트레이딩 전략으로 이용했다" 고 말했다.

거래소는 또 ▶액면가 미만의 저가주 중 거래가 급증하거나▶가격변동이 크지 않은데도 매수 주문이 급증▶종가 결정 동시호가시 매수호가 잔량 급증▶전장 동시호가 마감 직전 매수호가 잔량이 급감하는 경우 등은 허수 호가일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거래소는 앞으로 허수 호가를 낸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하는 한편 재구축하고 있는 종합 감리시스템을 통해 호가상황을 실시간으로 자동분석하고 정기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해 이같은 행위를 근절할 방침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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