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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료 '업자 맘대로' 여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 8일 오후 6시쯤 서울 성북구 종암동 A부동산중개소.

미국 지사로 발령이 나 집을 팔게 된 회사원 金모(48)씨와 중개인이 수수료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金씨가 1억2천만원에 매매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수수료로 60만원을 내밀었으나 중개인은 화를 내며 "지금까지 1백20만원을 받아왔다" 며 더 낼 것을 요구했다.

이에 金씨는 "최근 오른 중개수수료에 따르면 60만원이면 충분한데 왜 마음대로 받느냐" 고 따졌다.

하지만 중개인은 "인상했다고 하지만 요율대로 수수료를 받는 중개소는 한 군데도 없을 것" 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옥신각신 끝에 金씨는 결국 40만원을 더 주고 중개소를 나왔다.

서울시가 지난 5일부터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종전보다 최고 1백% 인상, 거래가에 따라 0.3~0.6%를 받도록 했으나 중개인들은 여전히 최고 1%까지 '관행 수수료' 를 받고 있어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일원동 B부동산중개소에서도 입씨름이 벌어졌다.

신혼 살림을 꾸릴 전세아파트를 찾던 공무원 李모(30)씨는 중개인이 제시하는 수수료가 생각보다 많자 "새 요율표를 보여달라" 고 요구했다.

그러자 중개인은 책상 서랍에서 접혀져 있는 2절지 크기의 요율표를 꺼내 들이밀며 "현실성 없는 요율표대로 받는 중개인이 어디 있느냐. 마음에 안들면 다른 중개소로 가보라" 며 큰소리쳤다.

개정된 부동산중개업법 시행규칙은 요율표를 중개업소내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이도록 돼 있으나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이처럼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인상된 수수료율을 무시하고 위법.부당한 행위를 계속하자 서울시와 25개 구청들은 다음주부터 ▶수수료 과다 요구▶요율표 미부착▶영수증 발급 거부 등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한편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는 "개정된 부동산중개업법이 중개인의 책임만 무겁게 하고 수수료 인상을 지나치게 제한했다" 며 지난해 11월 서울지법에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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