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페이퍼' 파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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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등 중국 최고 지도부의 강경진압 결정과정 등을 담은 일명 '천안문 페이퍼' 유출사건의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홍콩의 언론과 인권단체들은 천안문 사태의 진실 규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중국 당국은 문건의 조작설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다 문제의 문건이 오는 4월 중국어로 출판될 예정이어서 파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 문건 조작.편집설〓홍콩 명보(明報)는 8일 베이징의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장량(張良.가명)이란 인물이 미국에서 공개한 문건(원본은 디스켓)의 진위가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그 근거로 천안문 사건을 전후한 89년 5~8월의 정치국 회의기록은 그해 10월 鄧의 결정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의 동의 아래서만 열람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원본이 보관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이 문서는 鄧이 그해 5월 17일 베이징의 자택에서 강경 진압 결정을 내렸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鄧은 5월 10일 자택을 떠나 베이징 근교에 머물다가 그해 8월 사태가 정리된 다음에야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측은 "이번 문건은 당시의 언론보도와 유언비어, 정가의 루머를 편집했거나 누군가 날조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명보는 또 '천안문 페이퍼' 의 공동 편집자인 미 컬럼비아대의 앤드루 네이선 교수가 마오쩌둥(毛澤東)의 주치의였던 리즈쑤이(李志綏)가 쓴 '모택동의 사생활' 이란 책의 출판에 관여, 중국 입국이 금지된 반중(反中)인사라고 강조했다.

◇ 진상규명 요구〓홍콩 신보(新報)와 i메일 등은 사설에서 "무차별 진압과 발포 명령을 내린 책임자들은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역사적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건 공개에 따른 권력자들의 이해득실과는 상관없이 진실은 규명돼야 한다" 고 촉구했다.

홍콩의 '인권.민주주의 정보센터' 는 7일 자오쯔양(趙紫陽.81)전 총서기가 89년 6월 22일 공산당 중앙위에서 한 발언록을 공개하고 '천안문 페이퍼' 는 진실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 내사설 파다〓인민일보.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지만 당국이 지금까지 가택연금 중인 趙전총서기와 그의 비서를 지낸 바오퉁(67)등 당시의 온건파들을 내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편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8일 "덩샤오핑이 당시 온건파였던 리루이환(李瑞煥.현 정협 주석)톈진시 당서기를 총서기 후보로 제시했으나 장쩌민(江澤民.현 국가주석)상하이 시당 서기를 미는 강경파에 밀려 철회했다" 고 보도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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