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준비앞선 일본에 실익 넘길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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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사상 최초로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는 2002 월드컵은 모든 면에서 두 나라가 대비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준비 상황은 먼저 시작한 일본이 모든 면에서 앞서 있다.

이러다간 월드컵 개최로 인한 실익은 일본에 모두 빼앗기고 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1년5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바짝 고삐를 죄지 않으면 안된다. 성공적인 월드컵을 위해 이것부터 다시 점검하자.

◇ 홍보 홈페이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월드컵조직위 영문 홈페이지의 부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사무총장.홍보실장이 경질되는 홍역을 치렀다.

조직위는 올해 운영업체를 새로 선정하고 새롭게 단장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월드컵조직위 영문 홈페이지에 링크된 각 개최 도시 사이트 중 전주.서귀포만이 월드컵 관련 독립 사이트일 뿐 서울을 비롯한 여덟곳이 'metro' 로 시작하는 지자체 공식 홈페이지다.

◇ 트레이닝 캠프

트레이닝 캠프란 월드컵 본선 참가국들이 대회 전 현지 적응을 위해 미리 찾아와 훈련하는 장소다. 선수단은 물론 보도진과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기 때문에 '월드컵 특수' 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한국은 트레이닝 캠프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진척이 늦다. 경남 남해군과 울산시, 전북 무주군 정도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40여개 지자체가 유치 의사를 표명했지만 제대로 시설을 갖춘 곳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 마케팅 전략

월드컵 공식 로고와 마스코트가 들어간 기념품은 월드컵 개최 전부터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 현재 일본은 1백여종의 각종 기념품이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기념품 종류도 결정하지 못했다.

개최국 월드컵조직위가 협상권을 갖는 6개 공식 공급업체도 현재 은행(주택은행)과 보험(현대해상)만 결정했을 뿐 나머지 네개 업체의 선정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다음달 발매를 시작하는 입장권 사업 대행업체 선정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계속돼 판매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탈락한 업체가 선정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을 내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월드컵 재원 마련과 축구붐 조성을 위한 축구복표 사업자 선정에도 불협화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월드컵조직위와 개최 도시가 '흑자 월드컵' 을 위해 손발을 맞춰야 할 상황임에도 개최 도시는 중앙에서 알아서 해주기만을 바라고, 조직위는 깔끔한 일처리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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