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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밴쿠버] 억세게 운 없는 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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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02년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버리는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마지막 바퀴에서 앞서가던 4명의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운이 좋은 선수가 있으면 거듭되는 불운으로 눈물 흘리는 선수도 있는 법. 밴쿠버 겨울올림픽 불운의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2006년에는 자만, 2010년에는 실수=여자 스노보드 크로스에 출전한 린지 자코벨리스(25·미국)는 1년에 100만 달러를 벌어들일 정도로 유명한 선수다. 하지만 그에게도 감추고 싶은 순간이 있으니 바로 4년 전 토리노 올림픽이다. 크로스 종목은 여러 명의 선수가 스노보드를 타고 장애물이 설치된 코스를 통과해 순위를 가리는 경기다. 자코벨리스는 당시 결승에서 타냐 프리덴(스위스)을 큰 격차로 앞서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우승을 확신한 자코벨리스는 점프대에서 쓸데없는 묘기를 펼치다 넘어졌다. 재빨리 일어났지만 이미 프리덴이 그를 앞지른 뒤였다.

자코벨리스는 밴쿠버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했지만 이번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는 17일(한국시간) 열린 준결승에서 첫 점프 뒤 균형을 잃고 코스를 이탈해 실격당했다. 4년 만의 금메달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4위만 15번 한 선수, 계산 잘못해 실격한 선수=지독한 4위 징크스에 시달리는 선수도 있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에 출전한 다니엘라 안슈에츠 톰스(35·독일)다. 톰스는 15일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4분04초87로 골인해 4위에 머물렀다. 3위 크리스티나 그로브스(캐나다)와의 차이는 겨우 0.03초. 톰스의 입에서 “젠장”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럴 만도 했다. 톰스는 지난 12년간 올림픽·세계선수권·유럽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에서 14번이나 4등을 기록했다. 유럽선수권에서 은메달 2개,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 2개를 땄지만 세 차례 올림픽에서는 시상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톰스는 25일 5000m에 출전해 다시 한번 자신의 불운과 싸운다. 여자 루지에 출전한 야스다 아야(28·일본)는 중량 초과로 실격당했다. 루지는 체중이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75㎏ 이하 선수는 납 조끼를 입어 중량을 늘릴 수 있다. 75㎏에서 자기 체중을 뺀 값의 75%까지 납 조끼를 입을 수 있다. 야스다는 13.1㎏을 추가할 수 있었으나 계산을 잘못해 13.3㎏짜리 납 조끼를 입어 실격 처리됐다.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야스다는 출발도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났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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