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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피셔외무 사임 압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나는 달린다' 는 책의 저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요슈카 피셔(53)독일 외무장관이 1970년대 초 시위 진압 경찰을 폭행하는 사진이 27년만에 공개돼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최신호에서 당시의 폭행사진을 공개했으며 피셔 장관은 "나는(신좌파 시위대의)싸움꾼이었다" 며 시인했다.

73년 4월 청년 피셔는 '68학생운동' 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프랑크푸르트시의 한 거리에서 경찰과 육탄전을 벌였다.

그는 시위진압 경찰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주먹과 발길질을 했으며 동료들과 함께 쓰러진 경찰을 짓밟았다.

이에 대해 피셔 장관은 "당시 경찰이 곤봉으로 과잉진압을 했기 때문에 돌팔매질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화염병을 던지는 등 도구를 이용해 폭력을 행사한 적은 맹세코 없다" 고 말했다.

그러자 기민당(CDU)등 야당은 "폭력을 일삼던 인물을 법치국가의 장관으로 일하게 할 수는 없다" 며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셔 장관은 이달 중순 당시의 신좌파 운동과 관련된 증인으로 채택돼 법정에 출두해야 한다.

무장 테러조직인 혁명세포(RZ)의 조직원이며 살인혐의로 기소된 한스 요하임 클라인이 당시 피셔 장관의 절친한 친구였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셔 장관은 "과거의 행위를 부인할 생각은 없으며 나중에 회고록에서 상세히 밝히겠다" 며 담담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나는 잘못된 공권력에 대항하는 시위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했지만 적군파(RAF)와 같은 테러행위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반대한다" 고 말했다.

녹색당 출신 첫 외무장관인 피셔 장관은 17세 때 가출해 노숙자와 부랑자, 택시운전사를 거쳐 정치판에 뛰어든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녹색당 지분으로 헤센주 환경장관, 원내 사무총장과 원내의장에까지 올랐고 사민당(SPD)과의 연정이 이뤄짐에 따라 외무장관이 됐다.

그는 이혼을 당한 뒤 마라톤으로 1백12㎏의 체중을 75㎏으로 줄이는가 하면 독설을 마다하지 않아 독일 내에선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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