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직 신원조회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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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인선 하마평에 오르는 전.현직 고위관리와 기업인들이 정부 출범을 앞둔 연방수사국(FBI)의 악명 높은 신원조회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미 언론보도에 따르면 FBI 신원조회가 워낙 까다로운 데다 신원조사 과정에서 과거의 치부가 드러나는 일까지 종종 생겨 몇몇 인사들은 아예 공직을 포기할 정도라는 것이다.

1997년 중앙정보국(CIA)국장 물망에 올랐던 앤서니 레이크는 FBI가 자신은 물론 배우자와 가족.친척.친구들의 사생활까지 캐기 시작하자 "더 이상 못참겠다" 며 공직 포기를 선언했었다.

91년 연방 대법관 지명을 받았던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도 FBI 때문에 전국적인 망신을 당한 사례다. FBI는 토머스 판사가 고용균등위원회 위원장 재직 당시 부하직원인 애니타 힐을 성희롱했다는 소문에 대해 힐의 증언까지 확보한 보고서를 작성, 상원 청문회에 보고한 것이다.

FBI는 이번에도 약 1천명의 고위직 지명자들에 대해 수입과 자산.부채 등을 빠짐없이 밝히도록 요구했다. 정신병력과 전과기록, 알콜?마약중독 전력 등도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

또 그동안 모든 주소지와 근무처.학교.해외여행 기록까지 제출해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의 백악관 인사국장으로 재직한 앨리스 리브린은 "아주 어렸을 때인 52년 여름 어디에 있었는지를 FBI가 물을 때는 기가 막히더라" 고 말했다.

FBI 신원조회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대략 2개월이 걸렸지만 지금은 9개월 이상 걸린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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