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12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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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홍콩의 신세대 스타 장바이즈(張栢芝.20)의 건강미를 온전히 담은 것만으로도 제값을 하는 영화다.

둥글둥글한 얼굴과 탄탄한 몸매에서 발산하는 젊음이 매력적이다.

연초 개봉한 '성원' 에서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와 사랑을 잃은 성숙한 여인을 연기했던 그가 이번엔 사랑에 눈 뜨고, 갈등하고, 이별하는 과정 전체에 도전했다. 장바이즈는 내년 개봉할 한국영화 '파아란' 에서도 최민식과 호흡을 맞춰 최근 화제가 됐다.

'12야' 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다. 작품 전체를 열두 대목으로 나눠 사랑에 임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프랑스 영화 '로망스' 가 여성의 자아찾기를 성이란 코드로 풀어낸 반(半)포르노라면, '12야' 는 남녀의 태도변화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탐색한 멜로물이다.

다만 두 작품 모두 사랑에 온몸을 던지는 여성과 달리 마냥 무덤덤하기만 한 남성에게 비판의 화살을 쏘아대 남성으로선 다소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다.

'12야' 에선 편의점이 자주 등장한다. 현대 젊은이의 사랑방정식을 살펴보는 장소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남자 친구에게 여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20대 직장 초년생인 지니(장바이즈)가 우연히 자기 친구의 연인인 알란(천이쉬.陳奕迅)을 알게 되고 이후 벌어지는 두 사람의 갈등을 시간순으로 쫓아간다.

처음에는 목숨까지 바칠 듯하던 알란이 시간이 흐를수록 무감각해지고, 그럴수록 완벽한 사랑에 매달리려는 지니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여성감독 린아리훠(林愛華)는 이들의 우연한 만남과 엇갈린 관계를 통해 사랑의 돌발성과 영원성을 동시에 묻고 있다. 30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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