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 도요타의 교훈 “소비자와 소통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이후 도요타는 한국전쟁 특수가 생긴 데다 영업통인 자판 출신들이 소비자 불만을 자공에 잘 전달해 팔릴 만한 차를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닛산이 기술에서 더 뛰어났다. 소비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보다 가려운 등을 긁어 주는 도요타 차를 사기 시작했다. 닛산보다 엔진 출력은 뒤졌지만 타기 편리했던 도요타 차는 60년대 초반 닛산을 제치고 1등을 굳혔다.

도요타는 82년 일대 전기를 맞는다. 아키오 현 사장의 부친인 쇼이치로 명예회장이 사장에 오르면서 창업자의 숙원이던 자판과 자공 통합을 이룬 것이다. 이후 도요타는 약진해 연산 1000만 대 세계 1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확장기를 구가했다.

요즘 도요타 리콜이 심상치 않다. 품질 신화가 깨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년 전부터 소비자들이 지적한 불량이 경영층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데 있다. 여기에는 도요타가 90년대 각종 품질조사에서 1등을 독차지하면서 자공 출신들의 어깨가 으쓱해진 것이 한 이유로 꼽힌다. 82년 이후 자판 출신 사장은 오쿠다 히로시(현 상담역)뿐이다. 전임 와타나베 가스아키(현 부회장) 사장 때는 요직을 자공 출신들이 장악했다. 그는 도요타 생산방식을 글로벌 표준으로 삼아 해외생산을 마구 늘렸다. 판매 출신들이 ‘급격한 생산확대로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묵살됐다. 2005년 회사를 떠난 자판 출신인 이나바 요시미(지난해 미국도요타판매 사장으로 복귀)는 2007년 말 “도요타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불만을 전달하는 판매통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라는 지적이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2002년 이후 급격하게 해외생산을 늘렸다. 내년이면 해외 생산 규모가 30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래서 그런지 2005년 이후 현대·기아차 임원 인사 때 국내영업 출신들이 빛을 덜 보는 듯하다. 품질전쟁의 최전방 보루는 소비자 불만이 경영층에 전달되는 소통에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