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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명성을 되찾다] 서울 서라벌고·경기 수원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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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면

그러나 올해 입시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학교들이 있다. 강북지역에서 13명의 서울대생을 배출한 서라벌고와 이·공계 특성화교육으로 3명을 포스텍(POSTECH)에 합격시킨 수원고가 그 주인공이다. 학생·교사의 노력과 학교 특성을 살린 진학지도, 시스템 변화가 일궈낸 결실이었다.

서라벌고의 ‘자투리 시간 활용’

서라벌고 유석용 진학지도부장과 서울대 합격생들.

서라벌고의 첫 수업은 오전 7시 40분이면 시작된다. 8시 20분부터가 1교시 정규수업이지만, 그 전까지 학생들은 교사들이 직접 만든 수학문제와 국어·영어 듣기평가 문제를 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월요일과 토요일에는 각각 9문항의 수학문제를 풀게 하고,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국어 듣기평가,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영어 듣기평가를 진행한다. 지난해 초부터 학생들의 아침시간 활용을 위해 시작한 방법이다. 유석용 3학년부장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1주일 동안 수학 18문제, 국어·영어 듣기평가 2회차씩은 풀 수 있다”며 “수업시간에 어려운 문제를 골라 설명하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졸업생의 경우 지난해 6월 모의고사에서 수리 ‘나’형 1등급을 받은 학생은 17명에 불과했으나 수능에서는 2배가 넘는 37명이 1등급을 받았다. 외국어 1등급 학생 수도 같은 기간 57명에서 70명으로 늘었다.

점심시간이 낮 12시10분부터 1시간이지만, 12시40분이면 3학년 교실은 조용해진다. 담임들이 들어가 직접 자율학습 지도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활용해 담임들은 하루 학생 2명씩 불러 면담을 한다. 박태준(19·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수시 합격)군은 “취약부분을 수시로 지적해 주기 때문에 공부의 방향을 잡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대학원서를 쓸 때도 학원 도움 없이 지원 대학과 학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라벌고의 도서실에는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방학은 물론 추석과 설날 당일에도 고3 담임들은 순번을 정해 자율학습을 관리·감독한다. 김승현(19·서울대 기계학공공학부 정시 합격)군은 “명절에도 학교도서관이 문을 열어 3학년생의 절반 이상이 도서관을 찾았다”며 “주중에도 국어·영어·수학 선생님이 감독을 하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는 수시로 질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고의 ‘이·공계 특성화 교육’

수원고 하봉수 3학년부장과 명문대 합격생들.

수원고는 수원농고와 함께 수원지역 전통적인 명문이었다. 그러나 고교평준화 이후 낙후된 시설과 “원로교사가 많다”는 이유로 비선호 학교가 됐다. 더욱이 전교생의 15% 가까이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어서 학생들은 사교육도 받을 수 없었다.

학교 측은 2006년 단 2명의 서울대 합격생을 낸 뒤 ‘성적관리 누계 시스템’을 개발했다. 입학성적부터 졸업 때까지 내신과 수능 모의고사 등 개개인의 모든 시험성적을 데이터화한 시스템이다. 김병철 교감은 “담임이 바뀌어도 모든 성적이 관리되기 때문에 취약과목은 물론 대입 모집시기·전형별 유·불리를 판단한 뒤 특정 전형을 집중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술형과 면접형, 내신형과 수능형으로 나눠 학생들을 따로 관리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진학지도가 가능해진 것이다. 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성적의 고3 학생 30~40명을 선발해 따로 논술과 면접을 대비시키기도 했다.

학사일정도 조정했다. 수원고 학생들은 매년 12월 30일 새 학년 학급배정을 받은 뒤 이듬해 1월 2일부터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한다. 지난 8일 오후 수원고를 찾았을 때도 3학년 교실에는 2학년 학생들이 앉아 수업을 받고 있었다. 수원고의 겨울방학은 1주일이다.

수원고는 학년별 15개 반 중 10개 반이 자연계다. 2002년부터 점차 수학·과학 교사 비율을 늘리고,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을 이과반으로 유도했다. 문과보다 이과 쪽이 대학입시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입시에서 서울대 7명 합격생 중 5명이 자연계 학생이었고, POSTECH에도 3명을 합격시켰다.

글= 최석호 기자, 사진= 최명헌·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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