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방송스케줄에 밀린 팬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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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25일 삼성화재 슈퍼리그 경기대 - 경희대, 대항항공 - 서울시청 경기가 벌어진 잠실 학생체육관은 휴일임에도 관중석이 텅 비어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관중이라고 해야 불과 3백여명. 반면 프로농구의 라이벌인 삼성 썬더스와 현대 걸리버스의 대결이 벌어진 잠실 실내체육관에는 무려 1만2백여명의 관중이 몰려 들어 경기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한때 겨울 스포츠 판도를 양분했던 농구와 배구의 현주소다.

팬들이 배구장을 외면한 이유는 슈퍼리그 경기일정을 살펴 보면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성탄절 연휴인 24, 25일 라이벌간 대결이나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빅카드를 찾아보기 어렵다.

스포츠 팬들이 농구장으로 몰린 이유다. 오히려 평일인 26일엔 보험업계의 라이벌인 남자일반부 삼성화재와 LG화재의 경기를 배정했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성탄절 연휴엔 TV중계가 없기 때문에 방송 스케줄에 맞춰 빅카드를 평일에 배정했다" 고 말했다.

평일에 TV중계를 시청하는 팬들을 위한 배려라면 휴일에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프로풋볼(NFL)은 해마다 1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슈퍼보울' 을 치른다. 따라서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가 벌어지는 이 시기에는 미국 전역이 온통 흥분의 도가니다.

또 해마다 추수감사절에는 매주 일요일 벌어지는 경기일정을 조정해 반드시 빅카드 두 경기를 배정한다. 철저히 팬들을 위한 조치다. 휴일을 맞아 라이벌간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내년 세미 프로리그 출범을 앞두고 배구팬들을 위한 진정한 배려가 아쉽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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