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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걸'? 요즘 40대, 스무살처럼 입고 다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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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뒷모습은 20대인데, 앞모습은 글쎄(?)'할 정도로 아줌마와 아가씨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열성적인 몸매관리로 20대의 각선미를 유지하는 아줌마들이 많아진 데다 옷 차림까지 비슷하기 때문이다.

40대 아줌마들이 두루뭉술한 허리선의 아줌마 패션을 벗어던지고 있다. 대신 달라붙는 진바지.바지 옆선에 세로줄을 넣은 트레이닝 바지에 짧은 재킷 등 전형적인 대학생 패션을 찾고 있다. 아줌마 패션의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에이지리스(ageless)'가 올 여성패션의 화두로 꼽힌다.

15일 오후 서울 현대백화점 본점 3층 캐주얼 브랜드 'EXR'매장. 40대 중반인 석명희씨가 몸매가 드러나는 스판덱스 소재 트레이닝 바지를 고르고 있었다.

트레이닝 바지에 모자가 달린 점퍼 등을 이것저것 입어본 석씨는 "아줌마 옷에는 눈길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 브랜드는 20대 초반을 겨냥하고 있지만 실은 주소비자층이 30대 후반~40대 초반이다. 이 매장 박은미 매니저는 "대학생들보다 40대 초반 고객들이 많다"며 "이들은 오렌지색.검정색 등 과감한 색상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4층 영캐주얼 브랜드 '데코'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사이즈는 '77(허리둘레 29~30인치)'이다. 20대 여성들의 평균 사이즈는 '55'다. 10대를 겨냥한 브랜드인 '온앤온'의 경우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30~40대 소비자층이 전체 매출의 33%를 구입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선 40대 이상 소비자가 올 들어 전체 캐주얼 의류의 15%(17만벌)을 샀다고 했다.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지난 9월까지 판매된 영캐주얼 의류 중 35~45세 소비자의 매출이 58%를 차지했다.

아줌마들이 영캐주얼의 '파워 구매 집단'으로 변신하면서 백화점들은 매장 구성을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부티크 의류'가 밀려나고, 그 자리를 '젊은 브랜드'들이 차지했다.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은 아이잗바바.구호.앤클라인.쏠레지아 등의 젊은 층 브랜드를 부티크 의류 매장인 3층으로 옮겼다.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선 최근 2~3년 사이 부티크 매장이 20~30% 정도 줄어들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주소비자층인 40대 이상이 많이 찾는 영캐주얼 브랜드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진 배치했다"고 말했다.

젊은이 옷을 좋아한다는 이은주씨(40)는 "지금 40대는 교복자율화세대에다 여성의 사회진출도 많았던 세대라는 점에서 패션코드가 예전의 40대 아줌마들과 다르다"면서 "그러나 체형변화로 20대용 옷은 같은 사이즈라도 허리와 팔뚝 등이 꽉 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영캐주얼 업체들도 어깨나 품이 넉넉한 재킷류를 많이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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