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자동차 전용도로 사고 … 가드레일 설치 안 한 지자체도 배상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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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장모씨는 2005년 11월 서울 올림픽대로 옆의 노들길을 따라 김포공항 쪽으로 승용차를 몰고 갔다. 운전 중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지 않은 여의2교 밑 지하차도 구간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에서 오던 택시와 충돌했다. 보험회사는 운전자 장씨와 택시회사 등에 보험금 4320만원을 지급한 뒤 서울시에도 30%의 책임이 있다며 구상금 129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부(부장 윤성원)는 원고 청구를 기각한 1심을 깨고 “서울시는 보험회사에 432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제한 속도가 시속 80㎞인 도로에서는 졸음 등 일시적 부주의로도 차량이 진행 방향을 이탈할 가능성이 충분하고, 대형사고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방호울타리(가드레일)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방호울타리가 있었다면 시속 51~60㎞로 달리다가 졸음 등 일시적 부주의로 중앙선을 침범한 운전자 장씨가 방호울타리에 가볍게 충돌하고 차량에 대한 제어 능력을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건설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도 자동차 전용도로에는 방호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도로의 하자와 사고 발생·확대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차량과 충돌할 때까지 전혀 제동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서울시의 책임을 10%로 제한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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