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지하수 수위 3년새 1m 이상 낮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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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충북.전남을 중심으로 한 전국 18곳에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지하수가 말라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15일 국회 주승용(열린우리당) 의원에 낸 국가지하수측정망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정부는 1998년 이후 전국 266곳에 국가지하수측정망을 설치.운영해 왔다. 하지만 수위 변화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료에 따르면 4년치(2000~2003년) 자료가 축적된 전국 150곳을 대상으로 연도별 평균.최저 수위를 분석한 결과 18곳(12%)에서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는 현상이 관찰됐다. 1m 이상 낮아진 곳이 12곳에 이르렀다.

이 중 대규모 상수원 개발이 있었던 전남 무안을 제외하고 큰 개발 공사가 없었던 11곳에서 불과 3년 새 지하수 수위가 1m 이상 낮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충북 음성군 음성읍에 있는 측정지점에선 2000년 암반층 지하수 수위가 해발 143.11m에서 지난해 140.85m로 2m 이상 낮아졌다. 인근 음성군 대소면 지점에서도 1m 가까이 지하수가 낮아졌다.

음성군의 경우 지하수가 빗물로 채워지는 양의 1.3배를 퍼올려 쓰고 있으며, ㎢당 지하수 관정 숫자도 29.6개로 전국 평균 12.1개를 훨씬 웃돌고 있다. 충북 청원.충주.청양과 전남 목포.무안.순천.화순 등지에서도 지하수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해발 31.62m에 위치한 전남 무안군 무안읍의 경우 해당 지자체가 인근에서 상수원을 개발하면서 수위가 2000년 11.74m에서 지난해에는 -23.76m로 무려 39.5m나 떨어졌다. 해수면보다 20m 이상 낮아져 짠물의 유입도 우려되고 있다. 전남 순천시 황전면과 목포시 용당동에서도 10m 이상 낮아졌으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지하수 수위가 낮아진 데 대해 놀라면서도 첫 지하수 변화 자료이기 때문에 그 정확한 원인은 좀더 분석해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 등이 수위 저하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제주, 허가없는 지하수 개발 금지

지자체마다 난개발 비상

지하수 고갈과 오염을 둘러싸고 전국이 시끄럽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지하수 관리에 가장 신경쓰고 있는 곳은 제주도. 관광지에 섬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지하수 활용량이 그 어느 곳보다 많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지하수 과다 개발을 막기 위해 매우 강력한 대책을 세웠다. 지하수 이용 목적이나 개발량에 관계없이 지하수 개발 때 모두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또 이미 허가를 받은 먹는샘물업체는 1년마다 관정 연장 허가를 받도록 했다.

서울의 경우 안양천.중랑천 등 주요 하천이 마르거나 오염됐다고 보고 2005년까지 지하수관리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주요 하천 유역에서 앞으로 얼마나 지하수 개발이 가능한지, 얼마나 오염됐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하수 개발을 억누르기 위해 중앙부처도 고심 중이다. 건설교통부는 내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지하수를 개발.이용하면 해당 시.군에 이용 부당금을 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하수법 개정안을 최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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