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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이색모임] 무안 '예사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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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바람만 불어도 가슴이 설레어 모이고, 해제 바닷가에서 싱싱한 횟감만 잡혀도 만난다" 는 '예사랑' .

무안군에서 활동하는 여러 분야의 예술인 등 7명이 8년째 형.아우처럼 지내는 모임이다.

정철수(51.도예).이태헌(46.아동문학 및 삽화).김근태(43.서양화).장근양(41.소설).박병호(41.사진).김계욱(38.사진).장재일(37.한국화)씨. 사진을 취미로 하는 박씨와 김씨를 빼곤 직업 작가들이다.

1992년 무안군 예술인 합동전때 뜻이 맞은 아동문학가 이씨와 소설가 장씨 등이 뭉치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다.

맏형은 공예품 경진대회에서 15차례나 입상하고 일본에서 특히 알아주는 도예가 정씨. 몽탄면에서 '몽평요(窯)' '두리토방' 을 열어 무안 분청사기를 연구하고 있다.

회원들은 "장인의 경지에서 빚어진 형님의 부드러운 성품이 우리 예사랑의 버팀목이다" 고 말한다.

아동문학가 이씨는 수많은 동화책에 선이 부드럽고 정감있는 삽화를 그려 왔고 아동소설 '내짝 맹순이' 를 펴내기도 했다.

다리를 저는 계욱씨는 지체장애인협회 무안군지회장을 맡아, 내년 말 문을 열 예정으로 건립 중인 장애인복지회관 일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 소설가 장씨는 그를 "장애인들의 빛" 이라고 칭찬한다.

장애인들이 자동차 타이어에 이상이 생기면 정비업체보다 그에게 먼저 부탁한다고 한다. 장애인을 위한 일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 그가 더 편하기 때문이란다.

특이한 경력으로 예술가들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회원이 한국의원 원장이자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박씨.

그는 학생운동.농민운동을 하며 약대를 졸업한 뒤 의대에 재입학했다. 장애인들을 공짜로 치료해주고 불치병 어린이들을 돕는가 하면 노인을 위해 무료 황토방을 만들고 혼자 사는 노인들을 관광시켜주는 등 불우 이웃 챙기기에 앞장서고 있다.

서양화가 김화백은 '장애인도 인격체' 임을 알리기 위해 오로지 정신지체 장애인의 모습과 삶만을 화폭에 담은 인물로 유명하다. 막내인 장씨는 국전 입선.무등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소장파 한국화가.

청계면 동암리에 회원 형들이 마련해 준 화실에서 그림 공부에 열중이다.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과 스포츠서울 추리소설 당선 경력의 소설가 장씨는 "편향된 예술 의식을 탈피하고 창작성을 고취해 주는 역할을 한다" 고 예사랑 모임의 장점을 설명했다.

예사랑 회원들은 격월의 정기 모임에선 가족까지 함께 모여 피붙이 같은 정을 나누고 있는데, 예술인촌을 만들어 여러 분야 예술가들의 다양한 삶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꿈이다.

구두훈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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