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쪽박 찬 개미'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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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회사원 崔모(36)씨는 지난 9월 주가지수 선물(先物)거래에 뛰어들었다가 두달 만에 수천만원을 날렸다.

올해 초 은행에서 빌린 5천만원을 코스닥에 투자했다가 반토막이 난 崔씨는 이를 복구하기 위해 주식 처분대금 2천여만원을 선물시장에 집어넣었다.

이 돈마저 날리게 된 그는 다시 은행에서 3천8백만원을 빌려 투자했지만 현재 수백만원만 남아 있다.

주부 李모(52)씨도 지난달 주가지수 옵션거래에 나섰다가 한달여 만에 9천만원을 잃었다.

1억원에 이르던 기존 주식값이 2천만원으로 떨어지자 "옵션을 잘 하면 떼돈 벌 수 있다더라" 는 주위의 권유에 무턱대고 투자했다 낭패를 본 것이다.

주부.회사원들이 주식에서 본 손해를 벌충하기 위해 주가지수 선물.옵션 거래에까지 나섰다가 빚더미에 올라앉고 있다.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투자하기 어려운 선물거래 시장에 '한탕주의' 에 물든 일반인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LG증권 선물.옵션 영업팀 박주범(朴柱範)팀장은 "1996년 개장 초기에는 주로 전문가들이 했는데 최근에는 일반인도 '대박' 을 꿈꾸며 뛰어들고 있다" 고 말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선물거래액은 하루 평균 3조원대로 주식시장의 2~3배. 지난 1월 41%이던 선물거래의 개인투자자 비율이 지난 10월에는 62%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3만~4만명의 개인투자자가 활동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개인의 참여비율이 10%를 넘지 않는다.

K증권 金모 대리는 "옵션은 한마디로 1백명이 잃어야 1명이 따는 슬롯머신과 같다" 며 "증권사 직원도 개념 이해에 두달 이상 걸리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복권 사듯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고 말했다.

선물.옵션 거래시 주가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외 경제상황 변화 등 각종 정보를 정확히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증권 서울 모 지점의 경우 올해 개인이 개설한 선물계좌 50개 중 47개가 원금을 모두 날렸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일반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고객의 투자목적과 경험 등을 확인하지 않으면 선물거래를 권유할 수 없다' 는 내용의 증권사 영업규칙을 개정, 내년 4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우상균.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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