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세를 몰아 중앙m&b와 손잡고 12월께 두 번째 요리책을 낼 예정인 김씨를 만나 인기 비결을 물었더니 대뜸 "쉬워 보여서일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복잡한 요리법도 사진 몇 장, 글 몇 줄로 간단하게 설명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독신 남녀나 초보 주부도 '요리가 별 게 아니네'라고 느끼게 만드는 거죠."
이 때문인지 그의 책은 '천생연분' 등 신혼 부부가 주인공인 TV 드라마에 단골 소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요즘 방영 중인 '아일랜드'에서 새댁으로 나오는 탤런트 이나영이 팔굽혀 펴기를 하는 남편 등에 걸터앉아 골똘히 읽던 책도 바로 '2000원…'이다. "돈 안 들이고 책 홍보한 것도 좋았지만 평소 흠모하던 이나영씨가 책을 들고 나온 게 더욱 감격스러웠다"고 김씨는 말했다.
네티즌들에겐 필명인 '나물이'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김씨는 본디 화가 지망생(중앙대 한국화과 졸)이었다. 대학 졸업 후 친구 작업실에 얹혀 살면서 웹 디자인도 하고, 동화책 삽화도 그리며 백수에 가까운 생활을 하던 중 소일거리 삼아 자신의 '서민적'인 요리법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따라하기 쉽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책까지 냈고, 이제는 프로 요리사 부럽지 않은 요리 전문가로 대접받고 있다. 김씨의 말마따나 "책 한권으로 인생 역전을 한 셈"이다.
"요리 학원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어요.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들길 좋아하긴 했죠. 어머니가 아침 일찍 공사장 식당일을 나가셨기 때문에 온종일 부엌을 독차지하고 동생들을 거두어 먹인 게 제 요리 공부의 전부였어요."
대학 다닐 땐 닭백숙이며 추어탕이며 친구들의 술안주를 도맡아 요리해주었다는 김씨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사람들이 맛있다고 할 때 그 뿌듯한 기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책 인세를 받아 경기도 퇴촌에 텃밭이 딸린 농가 한 채를 샀다"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과 요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실을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