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터키 원전 수주 속도 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전력공사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이어 터키 북부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김쌍수 사장이 직접 뛰고 있다. 쿠웨이트 외신 KUNA(Kuwait News Agency)는 12일 터키 앙카라발 보도를 통해 김 사장이 10일 터키 현지에서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부 장관과 회동했다고 전했다. 터키 현지 언론도 “김쌍수 사장이 이끄는 한전 협상단이 흑해 연안에 들어설 터키의 첫 번째 원전 건설을 논의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한전은 1400㎿급 APR1400을 3~4기, 총 4000~5000㎿ 규모의 원전 건설을 놓고 터키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전에 따르면 김 사장은 프랑스 아레바와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파리를 방문한 뒤 귀국하는 길에 터키에 들렀다. 김 사장은 터키에서 9일 출국한 변준연 UAE사업 총괄 부사장과 합류했다. 김 사장 일행은 10일 이을드즈 장관을 만난 뒤 11일 귀국했다. 한전은 프랑스 방문 일정을 공개했으나 터키 방문 사실은 외신보도 이후인 12일 오후에야 확인했다.

지난해 9월 실시된 터키의 원전 입찰은 네 번째였다. 이 입찰에서 러시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그러나 러시아와 터키는 전력 판매 가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터키 정부는 협상 두 달 만에 우선협상자 지정을 취소했다. 이을드즈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제시한 전력 가격(W당 20센트)은 예상보다 비쌌다”며 결렬 이유를 설명했다. 러시아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고 터키와 협상 중이다. 현지 언론은 터키와 러시아 정부가 다음주에 원전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터키 현지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달 4일간 터키를 방문하고 돌아온 국회 외교통상위 대표단의 황진하(한나라당) 의원은 “터키의 외교부·의회·에너지부 관계자들을 두루 만났는데 한국의 UAE 원전 수주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한국 원전 기술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잘 알고 있으니 그 역량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부와 한전은 아직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 없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초기 논의 단계일 뿐”이라고 했다. 한전 관계자도 “터키가 러시아와 계약을 추진해 논의가 중단됐었다”며 “최근 양국의 협상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불발될 가능성이 큰 걸로 보여 정보 교환을 계속 해온 수준”이라고 했다. 이런 입장은 협상 전략 노출을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을드즈 장관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와의 원전 협상이 어긋날 무렵 방한해 관련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터키 국내 사정으로 방한이 잠정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터키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 UAE에 이어 두 번째 원전 잭팟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한전은 UAE 원전 4기를 수주했다. 이로써 1400㎿급 원전 4기 건설에 200억 달러, 60년간 원전 운영지원으로 200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됐다. 한전이 비슷한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터키에서 또 한 차례 수주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원전 수출국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