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계관, 내달 방미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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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6자회담 수석대표)이 3월 중 미국과 양자 접촉을 갖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중국에 전했다고 복수의 베이징 외교 소식통이 12일 전했다. 소식통은 “김 부상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 특별대표와의 회동에서 ‘지난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에 대한 답방으로 3월 중 북한과 미국이 접촉할 것을 중국이 권유하는 형식이라면 미국 측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 부상은 ‘선 제재 해제·평화협정 논의’라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국도 그들의 입장(선 6자회담)을 고수하는 만큼 북·미가 일단 만나서 얘기해볼 필요성이 있지 않는가’라는 의사를 중국 측에 표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상은 북·미가 만날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12일 이 같은 설을 포함해 김 부상과 중국 관리들이 협의한 내용을 미국과 한국·일본·러시아에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 측은 문의를 해오는 관련국들에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춘절(春節·설) 연휴가 끝나는 다음 주 초반에야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중국이 김 부상과의 협의 내용을 통보하기 전까지는 어떤 상황도 예단할 수 없다”며 “만일 김 부상이 방미를 원한다면 선 평화협정·제재 완화를 고집해온 입장을 바꿔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하는 등 태도 변화가 꼭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도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하지 않으면 김 부상의 방미를 허락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만일 북한이 이런 전제를 충족시켜 김 부상의 방미가 성사되면 이는 북·미 간에 평화협정 논의가 급진전되고 6자회담이 곧 재개될 것임을 알리는 빅뉴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 부상은 11일 밤 베이징의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만찬을 마치고 나오다 만난 외신 취재진에게 “북·중 문제와 평화협정 체결·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 대해 중국 측과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서울=강찬호 기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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