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치] '승자독식' 게임의 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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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서 세상이 깜짝 놀라는 '사건' 이 발생했다.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에서 자유계약선수가 된 내야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텍사스 레인저스가 앞으로 10년간 무려 2억5천2백만달러(약 3천억원)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스카우트한 것이다. 강타자에 수비가 뛰어난 올해 25세 청년 로드리게스는 이로써 '선수 재벌' 소리를 듣게 됐다.

로드리게스가 받을 돈이 얼마나 큰 돈인가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메이저리그에서 급료 수준이 가장 높은 뉴욕 양키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2개 구단 선수들 연봉 총액과 시카고 화이트 삭스 선수들의 연봉 모두를 지불하고도 8백만달러가 남는다.

또 미국 평균 가구(家口)의 연간소득을 4만8백16달러로 계산했을 때 6천1백74가구의 연간소득을 합친 금액이다.

하지만 로드리게스의 기록도 미국 프로농구 NBA에는 못 미친다. LA 레이커스의 섀킬 오닐은 2003년부터 연봉 2천9백50만달러를 받는다.

그러나 오닐도 지난해 은퇴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에게는 뒤진다. 조던은 1997년 시카고 불스로부터 3천1백30만달러를 받았다.

그해 조던은 광고 출연 등 코트 밖에서 4천7백만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여 8천만달러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미국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이처럼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것은 시대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냉전시대가 가고 세계화 시대가 도래한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 미국은 세계를 지배한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NBA 농구는 가장 글로벌한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98년 미국 외 지역에서 NBA의 라이선스를 받아 제작된 농구공.셔츠.모자 등의 판매수입이 5억달러를 넘었다. 방송 수입은 이를 훨씬 능가한다. NBA 경기는 1백90여개 국가에서 41개 언어로 방송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NBA의 모든 선수가 조던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NBA 경기엔 한 팀에서 12명 선수들이 벤치에 나와 앉는다. 그 중엔 연봉 27만달러밖에 안되는 선수도 있다.

조던과 이들의 실력 차이는 사실 별로 크지 않다. 그런데도 연봉이 하늘과 땅인 것은 조던은 글로벌 스타인 반면 기타 선수들은 '동네선수' 인 때문이다.

NBA 선수들의 3분의1이 최저 연봉의 동네선수들이다. 스타 선수에게 거액을 주다 보니 나머지 선수들에게 줄 돈이 없는 것이다.

세계경제도 이와 똑같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인구의 상위 20%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6%, 세계 수출의 82%, 해외직접투자의 68%를 차지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들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19%이지만 인터넷 사용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세계 인구의 5분의1에 해당하는 12억명은 하루 1달러도 채 벌지 못한다. 1등이 모두를 차지하는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원칙, 이것이 세계화 시대의 지배 논리이자 게임 법칙이다.

정우량. 국제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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