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선' 하루만에 죽음 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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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20대 남자 대학 휴학생 2명이 동반 자살한 데 이어 사이트 회원들 사이에 '청부 자살' 이 벌어진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사건은 일본 등 외국에서는 가끔 있었던 일이지만 국내에서는 첫 사례다.

가상공간의 자살 충동이 현실로 이어진 것이다.

◇청부 자살 과정〓15일 경찰에 붙잡힌 '자살 청부 살인자' 尹모씨와 청부 살인을 요구한 金모씨, 지난 13일 강원도 강릉에서 동반 음독 자살한 金모.車모씨 등 4명은 자살 사이트에서 '죽음의 관계' 를 맺었다.

尹씨가 청부 살인을 요구한 金씨를 처음 만난 것은 살해 전날인 지난 11일.

경찰은 "숨진 金씨와 살해 용의자 尹씨는 지난달 27일 처음 전화통화를 통해 알게 됐으며, 살해 전날인 11일 전에는 한번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尹씨와 친분 관계가 있는 20대 남자가 자살 사이트를 통해 '편안하게 죽고 싶은 사람은 내게로 와라' 라는 글을 남기자 우연히 이를 본 金씨가 사이트 게시자에게 전화를 해 尹씨를 소개받았다는 것이다.

尹씨는 경찰에서 "나도 자살 충동을 느껴 자살 사이트를 드나들다 金씨를 소개받았으며, 서로 자살 방법 등을 상의하면서 급속히 친해졌다" 고 진술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尹씨는 13일 새벽 촉탁 살인을 실행하기 직전까지 함께 술을 먹으며 金씨로부터 고민을 들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자살 사이트 현황〓이들이 이용한 자살 사이트는 지난달 초에 생겼다. 사이트가 개설된 뒤 5만1천여명이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살 사이트는 1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자살 사이트는 '자살방지법' '우울증 점검코너' 등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줘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내용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6~7개 정도는 '자살 기도 경험' 과 '자살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독약을 공동으로 구입하자" 거나 "함께 죽으러 갈 사람 모집" 등의 자살 조장 문구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자살 사이트 회원인 ○○가 ○○일 ○○○에서 자살했다" 는 등의 충격적인 자살 실행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전진배.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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