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시집 '시니시즘…' 펴낸 김경동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사회학자인 김경동(65.서울대.사진)교수가 두번째 시집을 냈다. 30년간 강단에 서면서 '현대의 사회학' 등 20여권의 사회학 책을 저술한 사회학자이기에 시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내게 시는 문학이기도 하고 사회학이기도 하다. /세상을 달관하여 관조하는 경지에 이르면/나도 가을 하늘처럼 투명한 서정시를 쓰게 되리라. /하지만, 아직은 설익어 떫은 말의 폭발일지언정/문명과 정치와 사회를 비판적으로 때로는 시니컬하게/꼬집는 시를 쓸 수밖에 없음이 차라리 안타까울/따름이다. "

김교수가 내놓은 사회비평시집 '시니시즘을 위하여' (민음사.7천원) 머리말의 일부다. 아직 달관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에 서정시를 쓰지 못한다는 고백이다.

사회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해야하는 사회학자이기에 사회비평시라는 이색적인 영역에 천착하고 있으며, 부조리한 사회의 아픔을 같이 앓아야하는 지식인이기에 시니시즘(Cynicism.냉소주의)을 위한 시를 쓸 수밖에 없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하늘에선 물 탄 연료 탓에 전투기가 곤두박질 했단다/마음이 한 눈 판 사이 스며들었나 보다/병원에선 양잿물 탄 관장약이 내장을 좀먹었단다/마음이 딴 욕심 부리는 사이 섞여 들었나 보다…" ( '맑은 얼굴' 중)

전투기 추락과 양잿물 관장약 파동을 꼬집은 시다. 맑은 얼굴이 망가지고 사라져가는 현실의 단면이 사회학자로 하여금 시를 쓰게 만든 셈이다.

이처럼 직설적이지 않은 시편도 적지 않지만 표현의 정도를 지나 "한 시대의 지성이 발산하는 정신의 풍경" 이라는 것이 동료교수인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평가다.

김교수는 1982년 한창 중견사회학자로 활약하던 시절 '세계의 문학' 을 통해 등단했으며, 87년 '너무 순한 아이' 라는 첫 시집을 내놓았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