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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회담] 부시당선 등에 촉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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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평양의 고려호텔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남북 장관급회담 대표단이 내년도 '남북관계 설계도'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다. 교류협력의 본 의제보다는 '주적론(主敵論)' 등의 정치적 문제가 평행선을 달린 때문이었다.

◇ 회담분위기 여전히 냉각=북측이 14일 오전 2차 회의에서도 계속 '주적론' 을 시비삼아 남측이 제의했던 차관급 경협추진위 신설 등 각종 교류협력 사안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

남측이 당초 오전회의에서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촉구 국회 결의안을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이 "나중에 오후의 별도행사에서 받겠다" 고 해 이마저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1시간10분 만에 끝난 오전 회의 직후 굳은 표정의 북측 전금진단장은 보도진의 질문에 "모른다" 로 일관했고 박재규 수석대표도 즉답을 피했다.

이날 오후로 예상됐던 3차 전체회의도 오후 5시가 돼서야 열리게 됐고 全단장.최성익 대표 등 북측 대표단은 한 때 회담장인 고려호텔을 일제히 빠져나가 모처로 이동, 숙의를 계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담관계자들은 "양측의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15일 합의문안 발표는 큰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 고 조심스레 전망하기도 했다.

◇ 북측이 남측 경제 걱정=북측 회담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남측 경제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눈길. 특히 금강산 개발과 개성공단 조성.평양 체육관 공사 등을 맡고 있는 대북사업의 선구자격인 현대의 운명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다.

오찬.만찬장에서 만난 북측 인사들은 "현대가 어렵다는데 정부가 지원을 해서라도 정상화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지난달 2차 이산가족 상봉 때도 북측 인사들은 "도대체 현대건설의 형편이 어려워진 이유가 뭐냐" 며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의 현대건설 정상화 방안에까지 세세한 질문을 던졌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 미 새 정부에 큰 관심=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미대통령 당선확실 소식을 접한 북측 인사들은 "미국의 대북정책 틀이 크게 바뀌는 게 아니냐" 며 미 새 정권의 향배에 적극 관심을 표명.

한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일반주민의 미국에 대한 가시지 않은 적대감에도 불구하고 빌 클린턴의 평양 방문 등을 통한 관계개선.경제지원을 기대해왔다" 며 "미국의 강경회귀를 막기 위해서라도 북측이 남북관계 기조를 유지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최훈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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