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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서두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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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 수도권의 현실을 보자. 지난 10년간 수도권의 교통정책은 기반시설을 확충하기보다는 차량부제나 혼잡통행료 부과 등 수요 억제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97~2004년 수도권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증가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54%였다. 2004년 현재 수도권의 1인당 SOC 현황(교통 기반 시설, 수자원 시설 기준)은 비수도권 지역의 25~50% 수준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광역교통 체계가 매우 미흡하다. 특히 자동차보다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광역철도망은 태부족 상태다. 인구 2000만 명이 넘는 수도권의 광역철도연장은 390㎞에 불과하다. 도쿄·파리·런던 권역 등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선진국에서는 광역교통 수요의 70% 이상을 철도가 담당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30%에 불과하다. 서울 내 통행에서는 지하철 이용률이 45% 이상으로 높은 편이나, 서울과 수도권 간 교통에서는 승용차 의존도가 65%나 된다. 이는 충분한 광역철도망이 제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 경기도가 제안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계획은 주목할 만하다. 우선 지하 40~50m 이하에 건설하는 대심도 철도는 이미 오래전에 보편화된, 기술적으로 검증이 끝난 시스템이다. 러시아·중국·북한 등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핵전쟁 등에 대비해 지하 100m 가까이에 고속 지하철을 건설해 왔다. 땅속 깊이 터널을 뚫기 때문에 노선을 직선으로 설계할 수 있고, 건설에 필요한 토지 수용비가 대폭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또한 기존 지하철의 표정속도(정차 시간을 고려한 평균 속도)는 시속 40㎞에 못 미치지만 GTX는 정류장 사이의 간격을 넓게 하기 때문에 1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지금까지의 지하철 공사와 달리 건설 중 도심 교통체증을 유발하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GTX 사업은 그동안 누적된 수도권 교통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조속히 사업을 추진해 주민 복지에도 기여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켜야 한다.

최연혜 한국철도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