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미국 소비자 “전국 규모 도요타 상대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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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 16개 주의 22개 법률회사가 연합해 도요타에 대한 대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의회의 압박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도요타의 위기를 목격한 경쟁 업체들은 전에 없는 ‘조기 리콜’에 나섰다. 도요타는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교도통신은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다음 달 초 미국을 방문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사과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도요타가 급발진의 잠재적 원인이 될 수 있는 버튼식 시동 장치의 재설계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잇따르는 리콜=폴크스바겐은 브라질에서 11일(현지시간) 뒷바퀴 베어링에 문제가 있는 19만 대를 리콜하기 시작했다. 2009·2010년형 ‘노보 골’과 ‘보이지’ 모델이 대상이다. 도요타의 8개 일반 차종과 4개 하이브리드 차에 이어 2009·2010년형 코롤라의 리콜도 임박했다. 핸들 조작 이상 때문이다.

한국의 국토해양부는 11일 “에어백 결함으로 리콜이 결정된 혼다 7개 차종은 국내에서 163대가 운행 중”이라고 밝혔다. 혼다코리아는 이 차량들을 무상 수리해 줄 방침이다. 도요타가 추가 리콜하기로 한 2010년형 캠리는 국내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송·청문회 폭풍=미국과 캐나다에서 도요타와 관련된 각종 소송은 30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법률회사들이 공동으로 도요타에 대한 단일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 중이다. 전국적 규모의 집단 소송인 셈이다. 소송은 법학 교수·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는 ‘변호사들의 도요타 액션 컨소시엄’이 지원하고 있다. 컨소시엄 측은 “도요타 8개 모델의 리콜로 차 소유자들이 20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CNN은 소송에 따른 도요타의 지출이 리콜 비용(20억 달러)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의회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 하원에 이어 상원의 상업·과학·교통위원회가 다음 달 2일 도요타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 상원과 하원이 개별 기업에 대한 공청회를 연이어 여는 건 이례적이다.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대럴 아이사(캘리포니아) 의원은 “청문회에 도요타 본사 사장이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4, 25일 열리는 하원 청문회에는 미국 도요타의 이나바 요시미 사장이 참석한다.

◆시장 판도 변화=도요타 차를 살 생각이 있던 잠재 고객 10명 중 3명(27%)이 도요타에 등을 돌렸다.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정보 사이트인 켈리블루북 조사다. 또 마켓워치에 따르면 도요타의 인기 차종인 캠리의 페이지뷰(검색 수)는 39% 급감했다. 반면 현대 쏘나타의 검색 수는 27%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도요타에서 현대 등 다른 업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불안해진 판매상들은 자충수를 뒀다. 미국 5개 주의 딜러들은 ABC방송이 도요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며 광고를 중단했다.

소비자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도요타 주장과 달리 아직 원인 규명이 안 됐다는 의구심이 크기 때문이다.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의 헨리 왁스먼 위원장은 “도요타가 급발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일본 기업의 비밀주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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