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스웨덴 부러워" 집권세력 정비 나설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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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2일 스웨덴을 '세계의 양심' 이라고 불렀다.

노르웨이에서 노벨상을 받은 뒤 스웨덴에 도착한 金대통령은 의회 연설을 하면서 "방문할 때마다 높은 경외감을 갖게 된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의 이런 표현에는 "헝클어진 내치(內治)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고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한국과 스웨덴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복지사회에 대한 공동의 이념을 가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런데 스웨덴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발전과 복지국가를 건설했지만 한국에선 '위기론' 이 확산돼 金대통령이 국정 쇄신을 약속하고 나온 처지다.

金대통령은 "(스웨덴의)그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라는 의문으로 의회 연설을 시작했다.

그 이유를 金대통령은 "의회민주주의 전통, 정당간의 타협과 대(對)국민 봉사정신, 민주주의를 실천해온 스웨덴 국민, 그리고 국민의 뜻과 힘을 국가 역량으로 결집시킨 정치 지도자" 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의 국정 혼란이 정치불안 때문이며, 그것이 소수정권의 한계라는 게 金대통령의 생각" 이라며 "그렇지만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해선 집권세력을 재정비해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음을 金대통령은 실감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래서 金대통령의 '북유럽 구상' 도 여론 설득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예고다.

金대통령의 국정 쇄신 구상은▶동교동계 중심의 국정 운영 이미지 탈피▶민주당의 민심 수렴 역할 강화▶자민련과의 관계 재설정을 통한 정국 관리의 안정성 확보▶대야 파트너십 확대 쪽으로 윤곽이 잡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같은 카드를 내놓고 "경제난 극복과 개혁 완수에 국민의 동참을 끌어내는 것" 이라고 여권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귀국(14일)한 뒤 권노갑 민주당 최고위원의 거취를 포함한 동교동계 2선 후퇴론, 교체.유임론이 나도는 민주당 서영훈 대표 문제, 청와대 수석 2~3명의 진퇴와 관련한 방안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예고한 '큰 결단' 이 당초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스톡홀름=김진국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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