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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녹색 성장 바람 … 세계는 ‘그린 메탈’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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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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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지난해 8월 이후 볼리비아를 세 차례나 방문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소금광산의 공동개발권을 따내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반미주의자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처음엔 “이 자원은 남미인들을 위한 것”이라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의원은 병원·상수도를 지어주겠다며 공을 들인 끝에 정부 차원의 공동개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프랑스·일본 등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량공세를 폈다. 프랑스는 1억5000만 달러짜리 전지 공장을 짓겠다고 제안했고, 일본은 광산 개발에 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최종 결정을 미룬 채 자원확보 전쟁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다.

친환경 녹색기술에 들어가는 ‘그린 메탈’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세계적으로 녹색 성장 바람이 일면서다. 녹색 성장이 본궤도에 오르면 가격이 뛰고 품귀 현상을 보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린 메탈은 대부분 희소금속이다. 수요에 비해 매장량이 부족하거나 뽑아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게르마늄·코발트·실리콘·몰리브덴 등 35종을 희소금속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의 소금 광산에서 리튬을 추출하기 위해 소금물을 증발시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상득 의원은 지난해부터 볼리비아를 세 차례 방문한 끝에 이 소금광산을 공동 개발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유니(볼리비아) 블룸버그]

하지만 최근 새로운 쓰임새가 발견되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리튬은 2차 전지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았고, 희토류(稀土類)는 LED 조명의 형광체와 하이브리드 차량 모터 등으로 사용처가 넓어졌다. 생산량의 대부분이 반도체에 들어가던 인듐과 갈륨은 태양전지 패널과 LED 전극재로도 쓰이게 됐다.

쓰임새는 넓어지고 있지만 부존량은 넉넉지 못한 현실이다. 현재 경제성이 확인된 확정 매장량을 기준으로 리튬은 11년, 인듐은 24년이면 바닥난다. 지금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LG경제연구원 이광우 선임연구원은 “가채연수는 지난해 생산량이 유지된다고 가정한 것이며 녹색 기술의 발달로 수요가 늘면 더 줄어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린 메탈의 가격이 2000년대 이후 가파르게 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매장지가 지역적으로 편중된 것도 문제다. 석유가 주로 중동 지역에 많이 몰린 것처럼 그린 메탈은 거의 남미와 중국에 묻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리튬·망간·몰리브덴·크롬·희토류 등은 전 세계 매장량의 80% 이상이 상위 3개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가가 생산이나 반출을 통제하면 녹색기술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그린메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장량이 가장 많은 중국은 2002년 텅스텐과 안티몬의 수출량을 제한하고, 2007년부터는 외국 자본이 중국 내 그린메탈 채취에 투자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1983년부터 희토류 비축 사업을 시작한 일본은 상대적으로 값싼 중국의 자원을 들여와 해저 비축기지에 저장하고 있다. 최근엔 자원을 보유한 국가에 원조자금을 대주고 자원 개발권을 따내는 데 열을 올리는 중이다.

반면 한국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실정이다. 그린메탈을 포함한 희소금속 비축 사업은 2007년에야 시작됐다. 지난해 10대 희소금속을 지정해 60일 사용할 분량을 저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덕에 그나마 비축량이 크게 늘었다. 이달 초엔 희소금속 산업기술센터를 개설해 본격적인 연구도 시작했다. 생산기술연구원 배정찬 생산기반기술본부장은 “차세대 필수 기술에 대한 로드맵을 세우고 그에 따른 자원 필요량을 계산해야 확보 계획을 짤 수 있는데 이제 시작단계”라며 “세계의 광물·광산지도를 작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최현철·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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