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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못찍는 미국 대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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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 대선의 반전(反轉)드라마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플로리다 주대법원이 수검표를 명령하더니 연방대법원은 이를 중단시켰다.

플로리다 주대법원에 상고된 두 카운티 부재자표 무효소송(1심서 민주당측 패배)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11일 밤(현지시간)이나 12일 나오게 될 연방대법원 결정에 모든 게 달려 있는 셈이다.

연방대법원이 주대법원의 수검표 결정을 확실하게 뒤엎으면 공화당 부시 후보 승리로 끝난다. 민주당 고어 후보로선 현실적으로 더 투쟁할 수단이 없다.

부시측은 "연방대법원이 이미 5대4의 다수결로 수검표 중단을 지시했고 결국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 이라며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연방대법관 9명 중 5인의 다수론을 대표한 앤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은 "비록 쟁점에 대해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수검표 중단명령이 대법관 과반수는 청원자(부시 후보)가 실질적인 승리자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믿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80세로 최고령인 존 스티븐스 대법관은 나潭?4명의 소수의견을 대표한 부동의(不同意)의견서에서 "연방대법원이 주법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선 전통적으로 주대법원 의사를 존중해왔다" 고 다수 의견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연방대법원 역시 반쪽으로 갈려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고어 진영은 11일 열리는 심리에서 총력적인 대법원 설득작전을 벌인다는 각오다. 데이비드 보이스 변호사는 "이 문제에 관해 연방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고 주장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않거나 플로리다주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수검표를 지지하고 나설 경우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그 경우 고어는 대 역전극을 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고어로선 넘어야 할 산이 또 하나 있다. 연방법에 12월 12일까지 하도록 돼 있는 선거인단 선출시한이다.

12일까지 선거인단을 선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가 개입해 부시 당선 확정을 의결할 것이다.

공화당은 '선거인단 선출방법 결정은 주의회의 권한' 이라는 연방헌법과 '선출시한까지 선거인단이 정해지지 않으면 주의회가 결정한다' 는 연방선거법을 근거로 내세운다. 현재 주의회는 특별회기를 소집해 놓고 있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수검표 재개를 명령하면서 시한에 대해서도 미리 해석을 내린다면 주의회가 개입할 명분은 약해지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부시와 고어측은 모두 초조하게 11일의 연방대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결론이 나든 그 이후 후유증을 치유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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