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국정 쇄신책 뭘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여권 내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전달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金대통령의 국정개혁 구상과 관련, "여론과 당내 의견을 수렴한 여러가지 대안이 마련됐다" 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그동안 '여권 전면정비론' 과 '대표 교체론' '정치인 입각론' 등이 제기돼왔다.

그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의 거취문제다.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이 '權위원 2선 후퇴론' 을 제기한 뒤 친권(親權).반권(反權)의 갈등이 내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인사는 "金대통령의 權위원에 대한 신임은 여전한 듯하지만 여론은 다르지 않으냐" 고 말했다.

金대통령의 고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그는 "여권 일각에선 權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자진 사퇴하거나 아예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권' 쪽에선 "金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동교동계를 제외해선 안된다" 며 반대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을 물밑에서 보좌하는 權위원의 역할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동교동계 모 재선 의원은 "金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국정개혁을 하겠다' 고 말할 만큼 여론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김심(金心)' (DJ의중)은 權위원 거취를 둘러싼 여론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인 입각론' 은 김근태.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에 이어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다시 제기해 힘을 얻고 있다.

당 관계자는 "여권 일각의 경제팀 교체 요구와 맞물려 金대통령이 개각을 검토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하지만 장성민(張誠珉)의원 등 일부 초선들의 '서영훈(徐英勳)대표 교체론' 에는 찬반이 엇갈린다고 한다.

한화갑 위원측은 "지금 대표를 교체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느냐" 는 의견이지만 "정치력을 발휘할 대표가 필요하다" 는 쪽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金대통령은 이날 출국하면서 徐대표를 만나 "국회문제가 잘 마무리되도록 책임지고 일해 달라" 고 주문했다고 한 당직자가 전했다. 당내에선 국내 부재 중 徐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풀이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다양한 건의안 가운데 여권 내부의 인적 개편을 중점 검토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