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 지상IR] 현대모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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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현대모비스는 현대정공의 새 이름이다. 지난달 1일 회사 이름을 바꿨다.

유행 따라 영어식으로 바꾼 게 아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한 결과다. 모비스는 Mobile System에서 따온 것으로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를 뜻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며 사업내용이 80% 이상 달라졌고, 사람도 절반 이상 바뀌었다.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현대모비스를 대표적인 구조조정 성공 기업으로 꼽는다.

옛 현대정공은 ▶갤로퍼로 유명한 레저용 자동차사업▶컨테이너사업▶철도차량사업▶중기사업▶플랜트.환경사업▶방위산업 등 기계공업 관련 분야라면 손을 대지 않은 쪽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중 지금의 현대모비스에 남은 것은 일부 방위산업과 프레스 기계사업뿐이다.

지난해 7월 자동차 라인을 현대차에 넘겼고, 철도차량사업은 한국철도차량에 매각했다. 또 회사의 뿌리였던 컨테이너사업은 올 8월 로열티를 받고 중국 등 해외업체로 모두 넘겼다.

그 대신 지난 2월 현대자동차로부터 보수용(A/S)부품사업을 인수했고, 12월 1일에는 기아자동차로부터 부품사업을 넘겨받았다.

현대.기아차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멤버가 된 현대모비스는 자동차부품의 판매와 제조.수출을 책임지는 전문회사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구조조정의 고통은 컸다. 1998년 2조5천억원을 넘었던 매출은 지난해 1조6천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8천명에 달했던 인력은 한때 2천3백명까지로 줄었다.

그러나 새로운 부품사업이 점차 뿌리를 내리면서 올해 매출은 1조8천억원대로 회복했다. 인력도 5천명으로 다시 늘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적자였던 영업이익이 올해는 1천6백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모듈부품사업(자동차부품을 비슷한 기능별로 묶어 덩어리 형태로 생산)과 부품 수출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모듈사업은 자동차산업의 원가절감을 좌우하는 첨단사업으로 이 부문에서 성공하면 현대모비스는 탄탄한 성장.수익 기반을 갖출 뿐 아니라 같은 계열인 현대차.기아차의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조정 성과와 미래지향적 사업구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액면가에도 못미치는 4천4백원선에 머물고 있다.

현대그룹에 속했던 이유로 현대건설 사태의 피해를 본 측면도 있지만, 아직 투자자들은 수익을 같은 계열의 현대차.기아차에 너무 의존하고, 모듈사업의 성공을 위한 기술력 등에도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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