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버스터미널 7개월째 '개점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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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분당신도시 한복판에 건립된 분당버스종합터미널이 개장 예정시기를 7개월 이상 넘긴채 '개점휴업' 상태다.

터미널 사업 시행자와 운영업체가 이미 지어진 내부 구조를 놓고 마찰을 빚는 바람에 개장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성남.광주.용인 등 경기남부지역 주민들은 종전처럼 낡고 비좁은 모란터미널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터미널 완공과 함께 이곳으로 옮기기로 했던 2천여개 점포 주인들이 입주 지연으로 손해가 크다며 반발하는 등 후유증도 심각하다.

◇ 건립 과정.현황=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중심지 8천3백평에 건립된 이 터미널은 지하 4층.지상 7층.연건평 6만2천4백여평으로 수도권 남부지역 최대규모다.

1994년 12월 성남시는 분당신도시 등의 개발로 기존 모란터미널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에 대비, 확장 이전계획을 수립했었다.

성남시는 ㈜중일을 사업 시행자로 선정했고 중일은 H건설을 공사업체로 뽑았으나 이들 업체가 공사중 부도를 내자 한국부동산신탁이 97년 사업권을 넘겨 받았다. 시공은 삼성중공업이 했다.

지하 1층에는 20여대의 대형버스 20여대가 동시에 출발할 수 있는 승차장이, 지상 1층에는 하차장이 설치돼 있다. 또 갖가지 대형 문화.유통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성남시는 터미널 가동시 하루 3만2천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터미널 건물엔 올 3월 가사용 승인을 받은 까르푸 야탑점과 복합영화관 등이 문을 열었지만 정작 터미널과 대부분 상가는 텅텅 비어 있다.

◇ 운영업체 주장=한국부동산신탁은 운영업체인 ㈜성일이 터미널 경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성일은 건물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일의 김유택(金裕宅.62)상무는 "탑승장을 지하에 설치해 매연이 생기도록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며 "운영업체와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를 바꿨다" 고 주장했다.

성일은 94년 건립계획 수립 당시 터미널이 완공되면 성남 모란터미널 운영을 중단하고 이곳으로 이전키로 했었다.

◇ 사업 시행자 입장=한국부동산신탁은 인근 주민들이 매연 문제를 내세우며 반대하는 바람에 탑승장을 지하로 설계 변경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신탁측은 당시 민원을 우려한 성남시가 여러차례 지하로 설계변경토록 요청했고 성일측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용호(宋庸鎬.45)팀장은 "지하 환기구 증설 등을 통해 불편없이 쓸 수 있도록 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 상인들 반발=지하 1.3.4층을 분양받은 2천여개 점포주들은 개점을 못해 생계에 위협이 크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입주예정자 金모(47)씨는 "입점을 위해 살림집을 담보로 은행빚을 얻었으나 몇개월째 이자도 못내고 있다" 며 "입주지연에 따른 손실 보상을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문제점.전망=지하에 터미널을 설치할 경우 매연에 대비, 환풍시설을 충분히 갖춰야 하지만 이 터미널은 정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버스가 수시로 드나들 경우 승객들이 엄청난 매연과 악취에 시달릴 것이란 지적이다.

성남시 정은섭(丁銀燮)교통과장은 "최근 시내버스 10대로 시험 운행한 결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였다" 며 "승차장을 지상으로 옮기거나 지하층에 완벽한 매연 배출 및 공기정화시설을 갖춰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완공한 터미널 철골조를 뜯어 고치거나 매연 배출시설 공사를 새로 하는 것이 단순치 않아 개장은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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