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A컵 축구] 전북 서동명 '우승 지킴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전북 현대의 FA(축구협회)컵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골키퍼 서동명(26)은 경기장 스탠드 너머 먼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창단후 첫 우승이라는 감격에 겨워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들은 한데 얼싸안고 자축했지만 서동명에게는 효도 한번 못받고 두달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이 기쁨보다 먼저였기 때문이다.

위로 누나만 5명인 외아들이자 막내인 서동명이 아버지를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순간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도 동시에 밀려 왔다.

1m96㎝로 현역 프로축구 선수중 최장신인 서동명은 공중볼은 물론 페널티킥.땅볼슛 등에 두루 강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만 해도 최고의 골키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선배 김병지(울산 현대)에게 밀려 벤치만 지켰고 돌아와서는 바로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에는 울산에서 전북으로 이적, 한동안 제 자리를 찾지 못했고 대한화재컵에서는 여섯경기에서 8실점하며 능력을 의심받았다. 거기에다 암 투병중인 아버지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5일 성남 일화와의 FA컵 결승에서 보여준 서동명의 플레이는 전북 우승의 수훈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서동명은 최소한 세차례의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전반 42분 성남 이상윤의 슛을 넘어지며 막아낸 직후 신태용의 연이은 슛을 또 막아냈고, 1분 후 다시 페널티 지역으로 돌진해 오는 이상윤의 슛을 일대일 상황에서 내쳤다.

약점으로 지적돼온 상황 판단력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서동명은 후반 44분 신태용의 페널티킥까지 막아내며 '거미손' 임을 과시했다.

전북 최만희 감독은 "동명이는 자질면에서 누구보다 뛰어나다. 그동안 아버지 병환이 겹쳐 좋지 않았지만 올 겨울훈련만 잘 넘기면 최고의 골키퍼가 될 것" 이라며 대성을 장담한다.

서동명은 "오는 20일 벌어지는 한.일전 최종 엔트리에는 빠졌지만 개의치 않고 훈련에 집중하겠다. 열심히 하다보면 2002년 월드컵에도 나갈 수 있을 것" 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