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국은 이 같은 통상적인 영사적 접근 외에 박씨의 석방을 위해 북한 당국과 별도의 협상을 벌인 것은 없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당국도 미국 정부에 박씨의 석방을 조건으로 대가를 요구하거나, 특정 인물을 사절로 보내달라는 등 협상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그러다가 지난 6일 자진해서 박씨를 석방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북·중 국경지대에서 취재하다 북한 경비병에게 붙잡혀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해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앨 고어 전 부통령까지 등장해 북한과 미국간에 석방 교섭이 벌어졌다. 결국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두 사람은 140일 만에 풀려났다.
소식통은 “자신들의 뜻에 반해 북한에 강제 억류됐던 여기자들과 달리 박씨는 자진해 입북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겼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 당국도 인권운동가인 박씨를 계속 억류해봤자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씨가 억류 기간 중 건강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도 북한 측이 박씨를 조기에 석방한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박씨의 석방은 북한의 대미 유화 제스처라기보다는 북·미 간에 큰 정치적 의미가 없는 일회성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