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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싸우면 …” 세종시 정쟁에 답답함 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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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신안 발표 이후 처음으로 9일 충청 지역을 방문했다. 청주공항에 도착한 이 대통령이 정우택 충북도지사(오른쪽)로부터 청주공항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세종시가 (충남에) 들어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형성되면 충북이 가장 큰 수혜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북도청에서 정우택 충북지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충북은 (세종시의) 피해지역이 아니라 수혜지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충북을 찾아 세종시 신안 추진의 혜택을 강조한 것은 ‘블랙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세종시 신안이 발표된 뒤 소외감이 커지고 있는 충북의 민심을 다독인 셈이다. 이 대통령의 충청지역 방문은 지난달 11일 정부가 세종시 신안을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례적으로 강도가 셌다.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선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여건이 갖춰져도 정치공학적으로만 생각하면 그 지역이 발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서로)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며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 세종시 논란에 국한해 한 말이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세종시를 놓고 논쟁만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답답함을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를 정치권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설 연휴 이후에는 대통령이 직접 국민 설득에 나서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이천휴게소에 들렀다. 이곳에서 참모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세종시 얘기가 나오자 “외국 사람들이 보면 우리나라는 국정(현안)이 세종시밖에 없는 줄 알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글=남궁욱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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