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보다 주인공을 단상 앞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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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행사 단상에 높은 사람 아닌 “나를 뭘로 보고 말석에 앉혔나.” “축사 듣느라 고문당하는 줄 알았네.”

공공기관의 행사·기념식 뒤끝에 내빈·대중이 으레 쏟아내는 불평불만이다. 심할 땐 감정싸움으로 번져 업무차질까지 빚기도 한다.

고심하던 울산시가 9일 ‘의전실무 편람’이란 410쪽짜리 지침서를 내놨다. 그 동안의 관행, 지켜야 할 예의, 울산시 나름의 개선책을 담은 것이다.

우선 각종 기념식 때의 높은 분들의 ‘한 말씀’. 주최 기관장의 식사(개회사·대회사·기념사)에 이어 행사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 나서서 치사를 한다. 치사는 행사의 절정으로 간주된다. 이어 비중있는 참석자들이 지위순으로 나서서 적게는 3명, 많게는 10여명까지 축사(격려·환영사)를 하는 게 관행이다. 대통령이 치사를 맡으면 그 뒤 축사는 생략된다.

장황한 이력과 홍보가 포함된 내빈 소개부터 식사-치사-격려사까지 마치면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까지 걸리기 일쑤다.

그런데 울산시는 앞으로 이를 10분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내빈 소개는 직책과 이름만으로 줄이고, 축사는 물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치사까지 아예 생략한다는 것.

또 단상 초청인사도 지체높은 기관장이나 행사성격과 무관한 국회의원·지방의원 등 선출직은 가급적 피하기로 했다.대신 상을 받을 수상자나 행사 관련 단체장 등 주인공들을 앞줄에 좌석배치를 하기로 했다.

편람에는 폭탄주·원샷·2차가기 습관을 바꾸는 회식문화 개선, 실·국장이 독점했던 시장 결재를 실무자까지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탈권위주의 시책도 담았다.

또 각종 기관장·대학총장·의원 등의 의전서열뿐 아니라 전직자 예우기준, 차량탑승이나 회의시 자리 배치, 사교·악수 등 상식적으로 알아야할 다양한 예법도 소개돼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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