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업 CEO] 한솔교육 변재용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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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교육 변재용(54·사진) 회장은 “가장 값진 가치는 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을 통해 자신의 ‘달란트’(타고난 재능과 소명)를 확인하는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교육철학이 묻어 나온 대목이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솔교육 본사에서 변 회장을 만났다.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사람을 변화시켜 사회·문화를 바꿔보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후배가 다니던 회사에서 만든 수학 학습지를 보고 이런 방법이라면 아이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982년 ‘영재수학교육연구회’를 세웠다. 체계를 갖춰 본격적인 교육사업에 나선 건 91년 ‘신기한 한글나라’를 만들면서부터다.”

-‘신기한 한글나라’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는데.

“한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름을 고민했다. 그런데 집에서 아이에게 만든 제품을 보여주고 함께 놀이식 수업을 하다, 아이가 ‘신기한 한글나라’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 이름을 회의에 부쳤고, 50여 개의 후보작 중 채택됐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브랜드와 교육 내용이 빛을 본 것 같다.”

-사업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사업 초기, 교사 경험은 있지만 영업 경험이 부족했다. 방문판매의 조직 관리부터 시장 개척까지 걸음마 단계부터 배워나갔다. 선후배 가족들의 도움으로 시작해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그러다 지난 2002년 불황을 겪으면서 수많은 임직원과 방문교사들이 그만두는 경험을 했다. 사업 실패의 슬픔보다 비전을 함께하던 사람들이 떠난 게 더 가슴 아팠다.”

-인생을 돌아봤을 때 성공의 기준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여럿이 더불어 행복하게’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혼자 가지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성공하고 행복하자는 말이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필요한 능력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진정한 힘은 남과 비교하는 우월감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힘이다. 스스로 자기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감·자립심·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기를 때 가능하다.”

-학생들에게 좋은 방법을 추천한다면.

“다독(多讀)이 훌륭한 스승이다. 독서로 다양한 시각과 가치관을 기를 수 있다. 나도 한 달에 5권 정도는 책을 읽는다. 대학 시절엔 전공인 토목공학 관련 공부는 뒤로한 채, 역사·철학 등 인문학 공부에 빠지기도 했다. 덕분에 1, 2학년 교양과목 학점은 우수했다(웃음).”

-‘지구인재’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인재 육성을 뜻한다. 다른 문화를 포용·배려할 수 있는 다양한 가치관과 공동체 의식을 가진 사람이 지구인재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국제무대의 개념이 미국·유럽에서 중동·아프리카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서 활동할 인재들이다. 교사·부모들도 ‘지구인재’의 시각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실천 방법으로 부모에게 아침·저녁 자녀와 15분 책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15분 만 책을 읽고 대화해도, 가족 간의 정감을 나누고 다양한 문화·역사를 체득하게 할 수 있다.”

-자녀 교육에 대해 조언한다면.

“문과생이었던 아들이 군 제대 후 다니던 대학 전공 공부를 그만두고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대화로 아들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고, 늦게나마 자기의 ‘달란트’를 찾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지금 아들은 미국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부모들이 성적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자녀의 재능과 진로를 일찍 찾는 데 관심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

대담= 주재훈 기자, 정리= 박정식 기자
사진= 최명헌 기자

변재용 회장은 …

▶1956년생, 1981년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1982년 영재수학교육연구회 설립

▶1991년 한솔교육 설립

▶2000년 한국능률협회 한국인재경영대상 최우수상, 2004년 대한민국 마케팅대상 최고경영자상, 2007년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

▶한솔교육 대표이사 회장, 한솔교육희망재단 이사장

▶저서 『아이를 부자로 키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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