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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치료용 배아복제 허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수정란을 조작해 아기를 낳게 하는 불임(不姙)치료기술은 국내 의학계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분야다.

수년 전 국내 한 불임치료 전문병원이 세계적 시사주간지 타임의 커버스토리로 게재됐고, 지금도 일본과 같은 선진국 의사들이 국내 병원에 연수차 들를 정도로 앞서고 있다.

정자와 난자를 다루는 미세조작에서 한국인 특유의 섬세한 손기술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수정란 조작기술은 최근 불임치료에서 특정 장기의 세포를 배양해내는 배아복제기술로 일대 전환을 꾀하고 있다.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차세대 가장 유망한 과학기술 분야로 배아복제기술을 선정하고 현재 배아복제 관련 시장규모만 1백억달러(약 70조원)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배아복제기술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장기 세포를 무한정 공급할 수 있어 첨단의학의 신기원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이 배아복제기술을 정부 차원에서 허용하겠다고 발빠르게 나섰고,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올해 8월 동결수정란을 녹여 특정 장기세포를 생산해내는 기술에 대해선 연방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배아복제기술을 허용하지 않던 프랑스도 최근 치료목적이라는 단서를 달아 이러한 방침을 철회했다.

한편으론 먼저 태어난 사람을 위해 생명의 씨앗이 될 배아를 인위적으로 조작해선 안된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불임부부들이 잉여생산한 동결 배아는 어차피 5년 후 폐기될 운명이다. 그리고 특정장기 세포만 선택적으로 배양하므로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프랑켄슈타인 등 개체복제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임신 목적 이외의 배아연구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는 보건복지부의 생명과학 보건안전윤리법 시안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측면을 떠나 자신에게 맞는 장기가 없어 하루하루 연명하는 불치병 환자들에게 배아복제기술이 가져올 결실은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에 앞서 연구를 서두른 일부 병원들이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올바른 합의를 위해 근거없이 두려움에 떠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시안을 내놓아야 한다.

홍혜걸 정보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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