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연예인 협찬의상 제대로 규제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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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정말 짜증납니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연예인들에게 메이커 옷을 입고 오지 못하게 할것이지. 그렇게 티나게 모자이크 처리하는게 얼마나 짜증 나던지. "

"아예 무명 브랜드를 입히던지 하세요. 보여주고…가리고. 그게 뭡니까. "

출연자의 신원을 감춰야 하는 시사고발프로그램도 아닌 오락프로그램이 모자이크 처리를 빈번히 사용, 시청자들의 짜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주말 방송한 MBC드라마 '엄마야 누나야' 도 그런 경우. 출연자 고수의 티셔츠 가슴 부분에 새겨진 브랜드 이름을 감추기 위해 여러 장면에서 모자이크를 사용, 드라마에 몰입하려던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외주제작사의 연출자 이관희PD는 "현장에서 크게 의식하지 못했다" 면서 "방송위원회가 간접광고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고 있어 방송사측이 촬영 후 문제를 지적, 편집과정에서 모자이크 처리했다" 고 설명했다.

이관희PD는 "고수의 경우 특별히 협찬을 받은 의상은 아닌 걸로 안다" 고 말했지만, 대다수 오락프로그램 출연자의 의상이 특정업체의 협찬이란 것은 시청자도 쉽게 짐작하는 사실이다.

SBS '두 남자쇼' 의 박상혁PD는 "야외촬영물의 경우 브랜드가 크게 찍힌 티셔츠를 곧잘 입고 나와 의상을 갈아입도록 요구하기도 하지만 남자귀걸이.염색머리 등을 지적할 때보다 출연자들의 반응이 훨씬 민감하다" 고 갈등을 전한다.

해당업체의 의상을 입는 댓가로 월 2, 3백만원, 많게는 5백만원의 협찬비를 받는 연예인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KBS 경명철 예능국장은 "PD들이 특정 브랜드인 줄을 모르거나 촬영에 바빠 현장에서 미처 지적하지 못하는 경우 모자이크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업체들의 광고방식은 갈수록 정교해진다.

의류브랜드도 아닌 모 정보통신업체의 경우, 자사 로고를 새긴 옷이나 로고를 본딴 액세서리를 스타급 연예인들이 대거 착용하고 나와 PD들 사이에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현행 방송심의규정은 간접광고를 금지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공식 협찬 역시 마지막 자막으로 소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를 외면하는 연예인과 모자이크 처리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방송사 사이에서 불편을 겪는 것은 시청자들 뿐.

사후약방문같은 모자이크처리 보다는 사전에 출연자들에게 간접광고금지 규정을 명확히 인식시켜 문제의 복장을 막으려는 방송사의 본격적인 노력이 아쉽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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