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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바란다] 2기 독자위원회 11월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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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 2기 독자위원회(위원장 金榮鎬우석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11월 모임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선 대우자동차 및 현대건설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경제위기와 구조조정 문제에 관해 본지 편집 및 보도방향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자는 金위원장·하승창(河勝彰)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유두현(柳斗現)변호사·황시봉(黃時鳳)DPC대표·주부 정옥선(鄭玉仙)씨·김유미(金有美)전고대신문 편집국장 등이다.

본지에선 이헌익 문화스포츠 에디터·안희창 독자팀장,김석현(정치부)·민병관(산업부)·박종권(사회부)·김종혁(국제부)차장이 답변에 나섰다.

▶하승창='주요기관·기업 PC해킹 무방비' '겉도는 아동학대 방지'등의 중앙일보 기획기사는 돋보였다. 11월 1일부터 게재한 '위기 바로보자'라는 기획은 시의적절했고 내용도 좋았으나,위기극복의 타임스케쥴까지 제시했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옥선='위기 바로보자' 시리즈는 위기의 실체를 사안별로 적절히 지적했다.그러나 앞으론 사후 약방문식 보도보다는 어렵더라도 사전에 위기조짐을 경고하는 기획을 실어줬으면 한다.

*** '위기 바로보자' 지적 적절

▶황시봉=11월4일자에 부실기업 퇴출 소식을 전한 뒤 후속 평가작업이 바로 뒤따르지 않아 신문의 '즉시성'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위기 바로보자' 시리즈를 시작한 중앙일보가 막상 일이 벌어지고 나니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받았다.

▶하승창=구조조정 문제를 다룬 27일자 사설은 노동운동에 금도를 지켜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그러나 경영진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해 노조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경영진이 먼저 제살을 깎는 태도를 보여야 노조에도 대승적인 자세를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9일자 '대우노조가 남긴 최악의 선례'라는 사설도 노조때문에 대우가 절단 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김유미=구조조정 대상이 될 노동자들의 고충을 다루는데는 인색했다. 퇴출된 기업의 30%이상이 건설회사인데 이들에 대한 대책이 원론적인 수준이었다.

▶황시봉=현대건설의 경우 퇴출대상이 돼야하는 건지, 아니면 회생시켜야 할 기업인지 신문을 보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마치 퇴출해야할 기업인 것 처럼 얘기하다가 갑자기 지원책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내년 3월쯤 다시 똑같은 고민에 빠지지 않으려면 중앙일보가 정확한 방향을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하승창='검찰, 정말 이래선 안된다'라는 기획은 부패관련 스캔들에 대해 검찰수사가 미진하다는 의혹이 있었던 시기에 나온 적절한 기획이었지만 좀 더 심층적 접근이 필요했다. 가령 검찰중립이나 특검제 등을 포함하고 있는 부패방지법안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함께 다뤘으면 어땠을까 한다.

▶유두현=13일자 '청와대가 금감원·검찰 등에 대한 고강도 사정에 나설 것'이란 기사에 청와대의 사정대상에 검찰도 포함돼 있다. 과연 청와대가 검찰에 대한 사정주체가 될 수 있는지 납득이 안간다. 정부와 민주당은 검찰의 중립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로 검찰 수뇌부 탄핵을 반대했는데 청와대가 검찰을 사정한다는 것은 모순된 일이다. 법치주의에도 어긋난 대목인데 이를 지적하는 기사가 없었다.

▶김유미=국정감사 보도가 국감내용보다 대안제시 없는 정당간의 대결구도만 부각했다. 여당의원을 익명으로 거론해 가며 벌인 'KKK논쟁' 등이 예다. 국민이 정치권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언론 뿐인데 오히려 정치불신을 심화시키기 쉽다.

▶유두현=동방금고 사건과 관련해 미국으로 도피한 오기준씨에 대해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비판은 여러번 게재했지만 吳씨가 정말 여권과 동방금고 운영자와의 연결고리로 확인됐는지에 대한 추적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 "검찰도 同正" 모순점 방관

▶김유미=11월 한달동안 국제면에서 미국 대통령선거에 대한 지면배정이 과도하게 이뤄져 정작 중요한 기사들이 소홀히 취급된 것 같다. 특히 27일자 국제면 '월드 워치'에서 '미국 대선에 묻힌 뉴스들'을 보도했는데 중앙일보가 스스로 인정한 대로 헤이그 유엔 기후회의 같은 것은 파급효과가 상당히 큰데도 불구하고 적절히 다뤄지지 않았다.

▶김영호=미국의 대선제도는 우리나라와 달리 생소한 점이 많다. 선거인단 독식문제도 그렇고 부재자 투표도 끝나지 않았는데 당선자를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중앙일보도 많이 다루었으나 표나 그래픽 등을 좀더 많이 사용해 보다 쉽게 설명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유두현=플로리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것을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마국은 어떻게 주대법원에서 평결이 났는데 불복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미국의 사법제도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으나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정옥선=신설된 '베터 라이프' 섹션은 우리 생활과 밀착한 정보를 주는 반가운 섹션이다. 2일자 46면에 '사돈 우리 같이 살까요'는 요즘 트렌드를 적절히 보여준 좋은 기사였다. 주변을 봐도 사돈끼리 가까이서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9일자 '욕실바꾸기' 기사의 내용은 이미 많은 가정에서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 신선미가 없었다.23일자 46면 '아파트 공동공간 백배활용' 기사 역시 기존 기사를 종합정리해 사례를 나열한데 그친 인상이다.주부독자들은 실속있고 새로운 내용을 요구한다.

▶김유미='행복한 책읽기'에서 다양한 책 정보를 얻게 돼 만족스럽다.그러나 신간위주로 지면이 제작돼 기본적으로 읽어야할 고전에 대한 소개가 부족해 아쉽다.독서칼럼란에 연예인이나 스프츠스타, 정치인등 친근한 필자가 등장해 자기 인생에 영향을 끼친 양서는 무엇인지 소개하는 것은 어떨까.

*** '메트로 와이드' 실속 가득

▶정옥선='메트로 와이드'섹션은 상당히 생활면이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베터 라이프' 못지않게 생활에 밀착한 기사가 많아 도움이 된다. 24일자 18면의 장난감·아기용품·가방 등에서 유럽풍 고가구까지의 각종 렌탈업체를 소개해준 기사가 눈에 띄었다.

▶김영호='골프·외유로 바쁜 정보통신부 기자실'이라는 제목으로 이철호기자가 쓴 취재일기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자신이 소속한 집단내에서 그러한 용감한 행동을 하는게 쉽지 않다.

▶중앙일보=대우사태의 경우 중앙일보는 기사빈도면에서 그간 압도적으로 노조보다는 경영진의 잘못을 지적해왔다.궁극적으로 회사의 부실에 대한 책임은 대표이사에게 있다. 하지만 마지막 걸림돌이 된 것은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였다. 당시 노조가 동의서를 거부하는 바람에 구조조정을 못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부실기업 퇴출발표에 대해서는 4일 바로 전문가 반응을 3면 톱박스로 올려 충분히 미진함을 지적했다.

현대건설 문제는 언론이 살려야 한다, 죽여야 한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청와대의 사정지휘 문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 검사들을 사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민정수석실이 사정작업을 총괄·조율한다는 뜻이다.

오기준씨와 여권과의 관계는 백방으로 취재했으나 물증이 없었다.풍문만 갖고 여권과의 커넥션이 있었다고 단정해 보도할 수는 없는 문제다.

국감보도가 정쟁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는데 국감자체가 야당은 정부를 혼내는 마당으로, 여당은 방어하는 자리로 생각하고 있어 다소 정쟁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선거제도와 사법제도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생각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앞으로 보완해 나가겠다.

행복한 책읽기에 고전코너를 마련하자는 지적은 좋은 아이디어로, 앞으로 지면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정리=강민석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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