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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캠프’방송 20년 DJ 배철수씨, 음반으로 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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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배철수의 음악캠프’ 20주년을 맞은 배철수씨는 “지난 세월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르는 것처럼 지나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반백의 디스크 쟈키는 “철이 들까 봐 두렵다”고 했다. 올해로 방송 20주년을 맞은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DJ 배철수(57)씨. 그는 8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음악과 함께 철들지 않고 즐겁게 살아온 것”을 장수 방송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20년째 올곧게 팝 음악만 고집해왔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두께만큼 팝 음악에 대한 그의 지식과 감각도 깊이를 더해왔다. 20주년 기념 방송(3월 19일)을 한 달 남짓 앞둔 이날 그는 자신이 직접 선정한 ‘100대 팝 음반’을 선보였다.

음반의 면모는 화려하다. 엘비스 프레슬리·비틀스·마이클 잭슨·오아시스· 그린데이·에미넴…. 1950년대 올드 팝부터 2000년대 힙합 뮤직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장르를 아우른 명반 100장이 그의 손을 통해 꼽혔다. 꼬박 3개월간 음반을 골랐고, 해당 음반마다 직접 코멘트를 달았다. 소니·워너·유니버설 3대 메이저 음반사가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브라이언 하이랜드의 ‘실드 위드 어 키스(Sealed with a Kiss)’를 듣고 처음으로 마음이 움직인 이후 평생을 음악과 함께 해왔다”며 “내가 평생 음악을 한 것을 생각하면 음반 100장 선정한다고 해서 누가 크게 야단치거나 욕하지는 않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무수한 팝 음반 가운데 딱 100장만 추려내는 일에는 이런저런 뒷말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 역시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년을 꼬박 팝 음악에 매달렸던 배씨. 자신이 꼽은 음반에 대한 소신이 또렷했다. “음악을 듣는 일은 매우 주관적인 일이죠. 음반 선정 이유를 묻는다면 ‘내 맘이다’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어요. 음반 선정과 관련해선 계속 토론해 나가겠습니다.”

100대 음반에 대한 그 나름의 자신감은 짧게는 서너 줄, 많게는 예닐곱 줄로 요약된 코멘트에서도 확인된다. 이를테면 그는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 앨범에 대해 이렇게 쓴다. “음악 이외엔 사는 데 너무 서툴렀던 친구….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때 마이클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 받았는데 정작 그가 힘들 땐 아무도 곁에 없었다.”

이번 음반은 100장의 앨범마다 그의 코멘트를 담은 윙을 새로 제작해 발매됐다. 또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와 배씨가 공동 집필한 음반 해설서인 『레전드-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예담)도 함께 출간됐다.

책에는 배씨의 음반 선정 이유와 배 작가의 상세한 곡 해설이 담겼다. 또 20년간 ‘음악캠프’에 출연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케니지·시카고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 16팀의 인터뷰 전문을 실었다. 그는 “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음악캠프’ 방송 20년 동안 한 번도 방송 펑크를 내거나 지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대단한 프로정신이다. 또 “매일 방송 두 시간 전에 도착해 그날 방송될 음악을 들으며 점검했다”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우등상은 몰라도 개근상은 충분히 받을 만”한 듯했다. “20년간 방송을 통해 만났던 음악 대가들의 삶의 철학과 자세를 배우면서 성장해 온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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