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장·단기 금리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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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보통은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의 금리가 단기 채권의 금리보다 높다. 채권의 만기가 길면 돈이 오래 묶인다. 장기 채권의 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건 장기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장기 채권의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경기 전망이 좋을 것으로 보면 장기 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난다. 채권 발행량이 늘어 채권 값이 떨어진다. 채권 값과 금리는 역의 관계이므로 금리는 상승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채권 발행량이 줄면 채권 값은 올라간다(금리 하락).

단기 채권의 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단기 금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렇게 정해지는 장·단기 금리 차이는 경기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장·단기 금리 차는 국고채 3개월물 금리에서 은행 간 무담보 콜금리를 뺀 값이다. 국고채 단기물이 없기 때문에 은행 간 콜금리를 단기물로 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 차는 향후 10개월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역할을 한다. 금리 차가 커지면 경기가 좋아지고, 반대면 나빠진다는 것이다. 실제 2001년 이후 장·단기 금리 차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와 비슷하게 움직이면서 경기의 움직임을 거의 정확하게 반영했다.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향후 경기 전망을 예측하는 지표다. 장·단기 금리 차가 높을 때 경기선행지수 동월비는 상승했다. 금리 차가 적을 때는 선행지수도 하락했다. 2006년 하반기부터 2007년까지 장·단기 금리 차가 제로에 가까워질 정도로 좁혀지자 경기선행지수 동월비는 떨어졌고 2008년 들어 경기 하강이 나타났다.

이런 연구에 따르면 지금은 향후 경기를 좋게 볼 수 있는 때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 차는 지난해 4분기 평균 2.35%포인트를 기록했다. 2000년 3분기 2.80%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7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진 뒤 장·단기 금리 차는 좁혀졌다. 그때부터 경기는 하강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금리 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장기 금리의 상승세가 크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 차만으로 경기의 방향성을 단정짓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뜻밖에 국고채 금리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채권 수급을 비롯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단기 금리 차가 커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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