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맛기행] 디자이너 변지유씨의 영광 '일번지식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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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굴비로 유명한 전남 영광 법성포. 바닷바람에 3개월 이상 맛을 숙성시킨 마른 굴비를 찾는 이들이 겨울에 특히 많이 몰린다. 굴비 한 조각이면 밥 한그릇이 그냥 비워져 '밥도둑' 이라는 별칭도 갖고있다.

이같은 굴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법성포구를 마주하고 있는 일번지 식당이다.

굴비정식을 시키면 굴비를 통보리 속에 보존, 수분을 빼 전통방식으로 조리한 '자린 굴비' 한마리가 통째로 나온다.

마른 굴비를 잘게 찢어 고추장에 무친 고추장굴비도 별미다. 조기 매운탕과 조기 젓갈도 깔끔한 맛으로 손님을 기다린다.

정식에는 굴비와 함께 법성포항에서 구입한 신선한 생선이 한상 가득 따라 올라온다. 말려서 간을 맞춰 쪄내 간간한 맛이 일품인 양태와 서대도 즐길만하다.

홍어찜과 홍어무침은 많이 삭히지 않아 톡쏘는 맛은 없지만 양이 푸짐하다. 인근 섬에서 따 온 석화가 굴비가 나오기 전 입맛을 북돋운다.

철따라 올라오는 광어.민어 등 싱싱한 생선회도 한접시씩 상을 차지한다. 알이 꽉찬 간장 게장도 이 집의 자랑거리다.

디자이너 변지유(卞智裕)광주패션협회장은 "굴비의 다양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집" 이라며 "외할머니 솜씨같은 맛과 인심을 느끼기에 제격이어서 자주 찾는다" 고 말했다.

김영식(43).박순덕(40)씨 부부가 18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金씨는 "영광굴비의 명성과 제 맛을 지켜내기 위해 굴비 한정식집을 시작했다" 고 말한다.

처음오는 손님들에게는 식탁에서 굴비 제조법과 유래를 설명해 주기도 하고 남은 음식은 싸준다.

서해안에서 잡히는 싱싱한 제철 생선을 맛볼 수 있는 보너스도 이집의 자랑거리다. 이 때문에 영광 원자력본부 방문객이나 정읍 내장사 나들이객들이 자주 찾고 멀리 광주나 서울 등지의 단골 손님도 많다.

영광 법성면 버스터미널에서 바닷가쪽으로 2백m 떨어진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1.2층에 방이 10개로 한꺼번에 8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법성포구 너머 고깃배가 오가는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지는 이층방에서 느긋하게 식사하는 멋도 괜찮다.

음식값은 네명 기준으로 한상에 8만원. 자린굴비를 시키지 않으면 1인당 1만5천원이다. 061-356-2268

영광=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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