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식투자자엔 조언자 반드시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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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어항 속의 금붕어는 권태와 지루함 속에서 일생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금붕어의 기억력의 지속시간이 3초이므로 왕복하는 그 길이 금붕어에게는 늘 새로운 길로 보일 것이다.

지난 92년, 97년 대규모 깡통계좌 정리가 있었다. 반대매매에 의한 연일 하한가. 투자자라면 누구라도 기억하기 싫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새천년이 시작되는 지금, 모양새만 달리하여 다시금 깡통은 우리 곁에 돌아왔다.

주식시장은 두번 다시 똑같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비슷한 유형을 보인다. 주식투자자가 나름대로의 원칙을 고수하고 주의를 하지 않는다면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늘 새로운 길을 걸을 것이다.

상당수 펀드매니저의 우상인 피터린치는 그의 책에서 "경솔한 투자자는 끊임없이 조바심, 자기만족감, 그리고 자포자기라는 3가지 심리상태 속을 들락거린다"고 하였다.

경솔한 투자자는 진득하게 현금을 보유하지 못하고 어느 주식을 살까 고민하며 조바심을 낸다.

만약 매수한 주식이 상승하면 마치 자신을 프로투자자라고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매수한 주식이 하락하면 처음에는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어느 수준이하로 추가하락하면 완전 자포자기상태에 놓인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도 가슴에 새겨야할 말이다.

일반적인 주식투자자는 증권회사 직원을 조언자로 선택한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매스컴이나 콘텐츠의 정보만으로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일반투자자에게는 반드시 조언자가 필요하다.

본인 스스로 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타이밍이 안맞으면 슬럼프에 빠진다. 바로 이 때에 조언자가 필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언자는 투자자와는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이거나, 성격상 배치되는 사람이 좋다.

"그래도 너는 반토막이지, 나는 4분의 1토막이야"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어깨나 토닥거리며 위로하고 위로받는 사람끼리는 투자의 조언자로서는 적합치 않다.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싸이클이 시작될 때는 경험이 적은 증권사 직원과 상담하는게 좋다. 그래서 객장에서 '대리 주가' 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될 때는 과거의 경험은 약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이클이 정점에서나 하락할 때는 노련하고 경험많은 조언자가 진정 힘을 발하게 된다.

중요한 사실 하나는 대부분의 실패한 투자자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못낸 투자자가 아니라 하락장에서 리스크관리에 실패한 투자자라는 것이다. 조언자도 상황에 맞아야 한다.

객장에서는 이런 수군거림이 있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개미들을 현혹시켜서 물을 먹인다. 정보에 어두운 개인만이 막판에 바가지 쓴다."

필자는 이 이야기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수급의 분류 편의상 기관.외국인.개인 3분법으로 분류했을 따름이다. 대한민국 개인투자자가 회의를 해서 사자 팔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듯 외국인이나 기관도 그들끼리 모여 회의해서 매매를 결정하지 않는다.

모든 투자자는 나름의 방법으로 투자하고, 그런 행위가 모여서 큰 흐름을 보일 뿐이다.

때로는 '면피' 하려는 펀드매니저들의 본능에 따라서 다소 유사한 투자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시장이 하락하면 매스컴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을 떠받쳐야하는 의무가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기관투자가는 누구나 고유재산은 별로 없다.

대개가 그 기관을 믿고 맡긴 개인 고객의 자금이다. 그들이 국가를 위하여 주식시장을 부양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어느 개인투자가도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주식투자를 하는게 아니듯 기관들도 단지 고객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뿐이다. 주식투자는 금모으기 운동과는 다르다.

돈을 잃기 위해서 주식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돈을 잃는 투자자가 월등히 많다. 돈을 벌수 있다는 전문가 말에 너무 현혹되지 마라. 작년에 2000p까지 상승하리라고 부르짖던 주식 전문가.

"투자자 여러분 이성을 차리세요. 지금 주식을 팔면 엄청나게 손해봅니다." 비장의 일성을 터뜨리던 그 공무원. 책임질 줄 아는 공인이라면 주식에 대해서 즉흥적인 발언을 하지않는게 좋다.

내가 아는 펀드매니저나 언론에 나오는 많은 프로투자자는 주식시장을 정확히 예측해서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흘러가버린 어제의 주식시장을 그럴듯하게 잘 설명하는 사람들이다.

황영조 선수가 1백m 단거리 종목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다면 동메달도 못땄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투자만이 유일하게 돈을 버는 방법은 아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투자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상오 원업투자자문 대표.02-3484-7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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